거울 보기 두려운데, 어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아침에 얼굴이 붓는 것이 가장 괴로워요.” 최근 국내 한 제약회사가 ‘마이 클럽’(여성 포털)의 20ㆍ30대 여성 회원 1808명을 대상으로 ‘아침의 가장 큰 고민거리’를 물었다. 여기서 ‘부은 얼굴’이라고 답변한 여성은 무려 36.7%로 1위를 기록했다. ‘푸석푸석한 얼굴’(31%)과 ‘다크 서클’ (8.5%)이 그 뒤를 이었다. 또 얼굴이 자주 부어 고민하는 여성 10명 중 4명은 ‘남들이 살쪘느냐고 오해할 때’ 가장 상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침에 자주 얼굴이 붓더라도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특별한 질병의 증상이 아니기 십상이며, 대부분 일시적이다. 보통은 일어나서 몇 시간 지나면 부기가 저절로 빠진다. 그렇더라도 얼굴이 커보이고 화장이 잘 받지 않는 등 당사자에겐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왜 붓나=먼저 신장(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얼굴ㆍ손 등이 잘 붓는다. 갑상선 기능이 크게 저하됐을 때도 얼굴이 부을 수 있다. 또 전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다음날 아침에 붓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수분을 몸안으로 잡아당겨서다.
 너무 짜게 먹는 것도 부종(부기)을 유발한다. 염분(특히 나트륨)이 수분을 몸안에 가두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포도당 주사(1ℓ)를 맞으면 전량 소변으로 빠져나가지만 생리식염수(1ℓ)를 맞으면 300㎖는 몸 안에 남는다는 것이 그 증거다.
 스테로이드제나 일부 한약재를 복용한 뒤 붓기도 한다. 칼륨ㆍ마그네슘의 섭취가 부족할 때도 붓는다. 칼륨은 나트륨과는 정반대로 수분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녹황색 채소에 풍부한 마그네슘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물을 너무 적게 마셔도 붓는다. 이때의 부종은 탈수 증상이다.
 한방에선 얼굴이 붓는 이유를 두 가지로 풀이한다. 하나는 위 등 소화기 이상이고, 다른 하나는 수분의 과잉 잔류다.

 ◆이뇨 식품을 즐겨라=잉여 수분을 몸 밖으로 빼주면 부기가 빠진다. 자고 나면 얼굴 등이 잘 붓는 사람에게 검은 콩ㆍ늙은 호박ㆍ옥수수ㆍ율무ㆍ멜론 등 이뇨 효과가 있는 식품을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검은 콩은 예부터 부기를 빼는데 유익한 식품으로 쳤다. 신장 기능을 도와서다.
 호박 삶은 물을 마시거나 호박을 삶아서 먹는 것도 부기 제거에 유익하다. 옥수수를 삶아 먹거나 옥수수 알을 한 움큼 물에 달여 마셔도 부기가 빠진다. 소변의 소통이 좋아져서다. 옥수수 수염 말린 것을 하루에 8g 가량 달여 마시면(감초를 조금 넣어) 이뇨 효과가 더 확실하다.
율무는 물살이나 잘 붓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나 임산부ㆍ변비 환자에겐 추천되지 않는다.

 ◆야식할 때 후식은 칼륨 식품으로=나트륨과 칼륨은 상반된 작용을 하는 미네랄이다. 나트륨이 수분을 몸안에 담아둔다면 칼륨은 몸 밖으로 방출한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고혈압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부종을 유발한다. 저녁에 라면(나트륨 다량 함유)을 먹고 자면 아침에 얼굴이 붓는 것은 이래서다. 따라서 자주 붓는 사람은 가능한 싱겁게 먹어야 한다.
 야식할 때 채소ㆍ과일 등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함께 먹는 것도 방법이다. 칼륨은 수분과 함께 나트륨을 체외로 방출시키기 때문이다. 칼륨이 많이 든 대표적인 식품은 호박ㆍ수박ㆍ바나나ㆍ다시마ㆍ콩ㆍ토란ㆍ고구마 등이다.

 ◆한방으로 부기 빼기=한방에선 소화기가 안 좋아 얼굴이 부은 사람에게 계피ㆍ백출ㆍ건강(마른 생강)ㆍ진피(귤껍질) 등 주로 매운 맛이 나는 약재를 쓴다. 얼굴이 붓는 것은 수분이 한 곳에 정체해 생긴 증상이므로 매운 맛 한약재(달여서 차로 마시는 것도 무방)를 써서 수분을 전신으로 퍼지게 한다는 원리다. 그러나 고추ㆍ마늘 등 매운 음식을 부기 빼는데 사용하지는 않는다.
 수분 발산이 안 돼 얼굴이 부은 사람에겐 땀을 많이 흘리게 하고 옥수수 수염ㆍ율무ㆍ호박ㆍ복령ㆍ택사ㆍ목통 등 이뇨작용이 있는 식품ㆍ한약재를 처방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도움말:경희대 한방병원 한방내과 이병철 교수ㆍ광동한방병원 두인선 과장ㆍ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