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전파 수신료 자동차마다 부과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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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자동차마다 라디오 전파 수신료를 매년 2천원씩 부과해 KBS의 재원으로 연간 8백억원을 조성하자는 방안이 나왔다.
최근 KBS 방송연구원이 외대 국제커뮤니케이션 연구소에 의뢰해 나온 「공영방송의 위상정립을 위한 신 방송질서와 세계의 공영방송 연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안방 TV에 선정적·상업적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국방송공사(KBS)가 공영 방송 본연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상업광고와 상업주의적 방송을 배제해 나가야하며 이에 따라 부족해질 재원을 라디오 전파 수신료 부과로 보전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전세계 공영방송들이 상업광고에 의지하지 않고 공공요금 성격을 가진 것으로 재원조달을 하고있다고 강조.
KBS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자체 검토하고 정부당국과도 협의, 내년에 공영방송 위상 정립을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보고서의 요지는 상업화와 신 매체의 물결로 위상의 위기를 맞고있는 공영방송은 상업적인 저질 프로그램을 배제하고 고급 문화와 자국의 문화수호를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것으로 집약되어 있다.
이를 위해 상업광고를 줄이고 전파 수신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 PBS, 독일 ARD 등 많은 외국의 공영방송이 TV와는 별도로 라디오의 전파 수신료도 따로 징수하고 있어 KBS도 라디오 전파 수신료를 거두는 등 새로운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4백만대에 이르고 있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에 전파 수신료를 부과하는 것은 그 한 방안이다.
KBS가 자동차 라디오 전파 수신료 부과 방안을 추진할 경우 TV시청료와 함께 2중 부담이 된다는 인식 때문에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상업성을 배제하고 광고를 줄이는 등으로 공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KBS는 현재 1년 수익액 5천여억원 중 7대3의 비율로 광고의 비중이 앞서고 있으나 93년엔 수신료 재원을 더욱 확대해 66대 34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60% 수준에 머물고 있는 TV 수신료를 더 확충하고 라디오 전파 수신료도 징수하면 점차적으로 광고 없는 방송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또 공영방송위상 정립의 관건이 되는 수신료 징수를 위한 방안으로 ▲벨기에처럼 세금으로 징수하거나 ▲물가연동제로 징수하도록 법제화하거나 ▲장기적인 인상폭을 정해놓고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공영방송의 문화·예술·시사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기 위해 방송광고 수익의 일정비율을 「문화프로그램 진흥기금」으로 징수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 같은 복잡한 재원관리를 위해 수신료 징수와 재원 관리를 전담하는 기구를 자 회사로 설립·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상업방송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개방채널」제도를 도입해 경제적·인적능력과 창의력을 가진 능력집단에 방송참여의 기회를 줌으로써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구현하고 재정지출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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