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뜨거운 감자… 「색깔론」(대선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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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국연합」 제휴로 DJ노선 의심마땅 민자 국민/정권안보 피해자… 「이기는 반공」 강조 민주
「색깔론」은 쉽게 말해 김대중후보(민주)의 사상을 둘러싼 공방이다. 71년 그가 첫번째 대선에 도전한 이래 이 논쟁은 어김없이 선거때가 되면 등장해 왔다.
이번에도 간첩단사건,민주당과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과의 정책제휴를 들어 민자·국민당측은 중도우파를 표방해온 「뉴DJ(김대중)」 노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상대로 선거막판에 들면서 이 논쟁은 정책공방을 벗어나 감정차원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처음엔 국민당쪽이 치고 나왔으나 점차 민자당쪽에서 공세를 취하고 있다.
김영삼후보는 연설 고정메뉴로 자신의 어머니가 간첩에 의해 살해됐음을 알려 간첩단사건을 연상케하는 우회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2중성을 경계해야 하며 우리 내부에 북한 노선을 따르는 동조세력에 대해 정신차려야 한다』고 간접화법으로 김대중후보의 사상성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대중후보는 『선거때만 되면 간첩단사건이 터진다』고 정권 악용론을 상기시킨뒤 『80년 신군부정군이 나를 용공조작해 사형선고를 내렸으나 미국에서 김대중이가 공산당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항의했다』고 「체험적 반공론」을 펼친다.
그런 다음 『우리의 반공은 「이기는 반공」으로 정권안보를 위한 군사정권의 반공과는 차이가 난다』고 맞받아치는게 김대중후보의 논쟁 뼈대다.
간첩단사건(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에 대해 정주영후보(국민)는 처음 민주당쪽만 몰아세우다가 요즘 『김영삼씨의 오른팔과 왼팔도 간첩단 사건에 관련해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왜 발표를 안하는지 모르겠다』고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민자당측은 이 사건으로 구속된 김대중후보의 비서(민주당주장 사무보조원) 이근희씨가 넘겨준 국방예산서류의 중요성,사상적 문제인물의 고용사실을 들어 『심각한 노선문제이며 김대중후보는 간첩단사건과 무관하다는 정직하지 못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민자당측은 또 『선거철이라고 해서 국가안위에 직결되는 간첩단사건을 수사하지 말라는 말이냐』며 『특히 김대중후보가 선거중 간첩단사건의 발표를 하지말도록 정부에 압력을 넣는게 무얼 뜻하는지를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라고 말한다.
김대중후보는 『이근희군이 간첩인양 과장하고 있으나 검찰기소장에는 간첩이나 간첩동조죄란 말도 없으며 그가 준 서류는 이미 국방일보에 실려 공개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반공을 선거전략에 악용하는 버릇을 고쳐줘야 한다』고 반격하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측은 국방일보에 공개된 예산내용은 개요에 불과하나 이씨가 넘겨준 자료는 우리 군구조의 기밀사항을 훤히 알 수 있는 군사기밀이라고 되받아치고 있다.
정부와 안기부가 『간첩단 사건을 선거에 이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다짐으로 잠시 수그러드는 듯한 색깔논쟁은 민주당과 전국연합(전교조 등 38개 재야단체로 구성)간의 정책연합으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정원식민자당선대위원장은 『전국연합에 참여하는 세력가운데 일부는 김일성주의를 신봉하는 사주파들로서 이들과 손잡은 것은 김일성구도대로 움직여 나가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DJ론」의 실체를 다그쳤다.
이에 홍사덕민주당대변인은 『전국연합 관련인사들이 주사파라면 정 위원장이 국무총리로 있을때 그들을 법에 따라 처단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이며 교묘한 용공조작으로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지 말라』고 받아쳤다.
민자당측은 전국연합과의 제휴에 대해 급진세력 50만여 표를 얻기위한 민주당 정책노선의 2중성을 보여준 것이며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대중후보는 『전국연합이 내세우는 미군철수·보안법 무조건 폐지·안기부와 기무사의 폐지 등 5∼6가지 핵심정책은 우리입장과 달라 합의하지 않았다』고 차별성 부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색깔논쟁은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9일 민주당측은 김영삼후보의 사조직인 민주산악회가 『김대중후보 부부가 간첩 이선실과 사진을 찍었다는 비열한 악선전을 퍼뜨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민주당측은 관련문서를 입수했다고 주장,공개했으나 민자당측은 그것이야 말로 흑색선전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김영삼·김대중·정주영후보간의 색깔론을 살펴보기 위한 핵심사안인 남북통일문제,주한미군문제에서 세후보가 별반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는 것이 색깔론의 미묘한 특징이다. 유권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투표성향에서 드러날 것이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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