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전동공구 업체 '힐티'의 저력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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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 인접한 유럽의 소국 리히텐슈타인. 이곳에 본사를 둔 세계적 전동 공구업체 힐티는 연초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와 회장을 맞았다. 회사 최고위직 두 자리가 13년 만에 한꺼번에 갈리는 큰 인사였다. 1994년부터 CEO를 맡아온 피어스 바스카라(57.사진)가 회장으로 승진하고 창업주의 아들 마이클 힐티(61)는 회장에서 물러나 이사회 멤버로 남았다. 이들이 각자 새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한 건 1월이었지만 인사 발령은 2005년 중반에 났다. 무려 1년 반 동안 인수인계를 한 것이다. 아시아 지사 순방 길에 1박2일 방한한 바스카라 회장을 20일 만났다.

-1년 반 동안 업무 인수인계를 한다는 게 놀랍다.

"회사의 승계 계획(succession plan)이 이미 그려져 있기에 파격적인 일은 아니다. 주요 직책은 공백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 후임자가 모두 정해져 있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조직 운영을 위해서다.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면 기업의 과거와 미래를 다시 한번 볼 기회가 된다."

-그 밖에 독특한 인사제도가 있나.

"CEO를 비롯한 4명의 최고경영진에게 '56세 룰'이 적용된다. 56세가 되면 물러나야 한다. 한 해에 80일 이상 해외출장을 소화하기에 체력 부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 방침 때문에 최고경영진은 장기간 출장을 다니며 강도 높게 일한다. 좀 더 젊은 경영진이 아무래도 아이디어가 신선할 수밖에 없다는 고려도 있다. 보통 40세 전후에 최고경영진이 되기 때문에 10년 이상은 근무할 수 있으니 그다지 야박한 것도 아니다."

-13년간 CEO를 역임했는데 장수 비결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회사의 성장과 인재 양성이다. 두 가지를 모두 해낸 덕분이다. 건강하고 운도 좋아야 한다. 힐티는 지난해 세계 각지에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42억 스위스프랑(3조2000억원)으로 2005년보다 13% 늘었다. 기업 운영의 핵심은 인재이다. 직원이 커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 또 회사가 성장해야 우수한 인재를 끌어올 수 있다. 이런 선순환이 기업의 성장을 이끈다. 만족하는 직원이 충성스러운 고객을 만든다."

-경영 성과가 건설 경기에 너무 좌우되는 문제가 있을 텐데.

"건설 경기가 좋으면 신축 시장이 좋고, 경기가 나빠지면 리노베이션 시장이 커진다. 독일처럼 전체 건설 시장의 60~65%가 리노베이션 물량인 나라도 많다. 또 120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해 한 지역이 안 좋으면 다른 지역이 보완해 준다. 최근에는 인도.러시아.중동 시장에서 두세 배 성장했다."

-한국 시장의 상황은.

"건설 경기가 회복세를 타 올해 기대가 크다."

박현영 기자

◆힐티(Hilti)=1941년 창업주 마틴 힐티가 공구를 만들어 판 것이 모태다.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거나 못이나 나사를 박을 때 쓰는 드릴.스크루.타정 공구가 주요 제품이다. 인구 3만5000명의 소국 리히텐슈타인의 최대 기업이다. 힐티의 임직원 1만8000명 중 10%인 1800명이 이곳 본사와 공장에서 일한다. 그 나라 인구 20명 중 한 명 꼴로 힐티 직원인 셈이다. 77개국에 지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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