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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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번호이동을 통해 휴대전화를 바꾸려던 김모(34)씨. 마음에 드는 휴대전화 모델까지 골라놓았지만 이동통신 회사들이 개통 전 신용조회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계약을 취소했다. 김씨는 "개인 신용정보 조회를 하기만하면 신용점수가 깍인다길래 가입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최근 저신용자의 대부업체 이용이 부각되면서 신용등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다. 하지만 신용등급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보니 잘못된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다. 한국개인신용(KCB)는 21일 '뉴크레딧 패러다임'이라는 세미나를 열고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신용등급에 대한 오해를 소개했다.

가장 큰 오해는 신용조회만 하면 신용점수가 낮아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같은 신용조회라도 금융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신용조회는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휴대전화나 인터넷.케이블방송 등 통신업체의 신용조회. 이 경우 조회기록은 남지만 신용점수가 낮아지지는 않는다. KCB 신용평가부 김정인 부장은 "금융거래가 수반되는 대부업체 조회기록은 신용점수를 낮출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통신업체의 조회는 신용점수와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본인이 신용관리를 위해 은행연합회.신용정보회사 사이트에서 자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것도 신용등급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다만 인터넷에서 대출가능 금액을 뽑아보거나, 사용하지 않을 카드의 발급을 신청할 경우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부업체 조회기록이 있으면 은행대출이 무조건 안된다는 것도 잘못 알려진 사실. 대부업체에서 조회를 많이 받아도 신용등급은 최고 1등급 하락할 뿐 3~4등급씩 하락하지는 않는다. 우리은행 여신정책팀 조순제 부부장은 "은행마다 대부업체 이용 여부를 감안하지만 총부채비율이나 상환능력.연체유무를 더 중요한 지표로 꼽는다"며 "하지만 신용관리상 대부업체에서 불필요한 조회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는 대부업체에서의 단순 신용조회만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순 신용조회와 대출관련 신용조회를 구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출이 있으면 신용등급이 나빠진다는 것도 절반은 틀린 말이다. 일정 수준의 대출은 연체없이 잘 갚기만 하면 신용점수 상승 요인이다. 그러나 자신의 연소득보다 3~4배정도 많은 금액의 신용대출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KCB 김 부장은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그 원인을 파악해 해소하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속도가 오르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연체나 과도한 대출은 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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