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나일론 명품 여행가방 '투미' 프랭클린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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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미(TUMI)'는 나일론 서류가방을 가죽 서류가방보다 비싸게 받으면서 유명해진 브랜드다. 1980년대 중반 가죽 일색이던 남성 서류가방을 검은색 방탄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며 화제를 뿌린 이 브랜드는 3월 한국에 직접 진출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19일 브랜드 한국 진출 후 처음 방한한 로렌스 프랭클린(사진) 투미 본사 사장을 만났을 때, 그는 "한국 사람은 한번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충성도가 높다고 들었다"며 한국시장에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투미는 50개 국에 직영매장만 100여 군데를 거느리고 연매출 3억5000만 달러(3300여억원)를 올리는 유명 브랜드다. 여행가방 업계에선 명품업체로도 불린다. 실제로 75년 미국 뉴저지주의 작은 가방업체에서 출발한, 30년 남짓 된 브랜드가 명품 대접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프랭클린 사장은 "명품의 틈새 시장을 잘 파고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죽 서류가방은 멋있지만 너무 무겁다. '가벼우면서도 품위가 있다면 팔리겠다'는 발상으로 국방제품에나 쓰이는 방탄나일론으로 격조 있는 디자인의 가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고민의 시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86년, 프랭클린 사장이 기획팀장으로 투미에 합류했을 때 그 고민은 절정에 달해 있었다. 그는 2~3년 동안 투미의 창립자 찰리 클리포드와 함께 '어떤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마침 사업차 여행을 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었어요. 하지만, 고위 임원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회의 여행에 들고다닐 만큼 고급스러운 여행 가방은 없었지요."

결국, 고급스럽되 실용성과 파격적인 디자인을 강조한 여행가방을 컨셉트로 정했다. 소재는 방탄 나일론을 쓰고, 여행가방 바닥엔 자동차 타이어 소재를 댔고, 손잡이에는 가볍고 강한 항공기 제조용 알루미늄을 썼다. 입구가 크게 벌어지는 U자 주머니, 어깨끈이 360도 돌아가는 고리, 버튼만 누르면 내부가 확장되는 여행가방 등 새로운 기술을 속속 소개했다. 현재까지 투미가 획득한 특허만 25개다.

그는 "검은색 나일론으로 만든 서류가방을 보고 '팔리겠느냐'며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한번 세운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지 않았다. 대신 소비자 불만이 접수될 때마다 디자인과 기능을 조금씩 개선했다.

혁신적인 디자인이 투미의 승부처지만 디자이너는 고작 8명이다. "사람이 많다고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고 프랭클린 사장은 주장한다. "처음 디자인 철학을 확고히 세워놓으면 디자인이 변형되더라도 '이건 투미 제품'이라고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함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또 "끊임없이 고객과 대화해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 체크해야 한다"며 "매주 2~3일은 매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화를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 전문직 종사자의 생활 패턴이 비슷해지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전문가에게 인정받는 브랜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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