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후보 관훈토론을 보고(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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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부터 3일까지 계속된 민자·민주·국민 3당후보의 관훈클럽 특별회견은 3당후보의 정견과 자질,그리고 개성과 인품을 유권자쪽에서 파악하고 평가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번 특별회견을 통해 우리는 우리나라의 선거운동 방식이 하루빨리 일방통행적,선동적 군중집회 위주에서 벗어나 후보와 유권자간에 교감이 이루어지고 의견이 오고 갈 수 있는 쌍방통행적이며 이성적인 방식위주로 바뀌어져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많은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 대한 거의 무조건적인 불신감에 빠져 지역감정과 고정관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결정적 요인의 하나도 정치인과 유권자간의 쌍방통행로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데 있다. 또 입후보자들이 거리낌없이 실현성 없는 공약을 남발할 수 있는 원인의 하나도 선거운동방식이 일방통행적인데 있다. 그러나 이번 특별회견은 그러한 형식상의 의의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그 내용면에선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토론의 자리에서도 후보들의 답변은 일방통행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두루뭉수리하게 답하고 넘어가는가 하면 불리한 대답은 빠뜨리기 일쑤였고 동문서답을 하거나 저질의 만담을 여유있는 조크나 유머로 알고 있는 듯한 경우도 허다했다.
TV로 중계되었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그 답변의 내용과 태도자체에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평가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기독교방송을 제외하고는 각 방송국이 그를 외면했고 신문들은 지면제약으로 요지만을 전달해 유권자들은 모처럼의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의 기회를 놓쳤다. 후보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후보들은 국가경영전략과 관련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회견 머리의 연설문에서 조차 막연하기 짝이 없는 수사나 호언장담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후보들의 미래에 대한 구체성있는 비전을 이끌어내지 못한데는 물론 질문자측에도 일단의 책임이 없지 않다. 질문이 과거사에 치중돼 부정적인 측면을 자인시키는데 주력한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후보들의 대답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2시간 남짓한 시간에,그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선거법의 규정때문에 토론이 아니라 「특별회견」 형식을 빌려야 했던 자리에서 후보들의 모든 것을 드러내게 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아쉬움은 남지만 이번 회견은 후보들의 자질과 개성을 어느 유세장보다 잘 드러내 주었으며 일반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후보들간에도 의미있는 차별성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를 더 많은 유권자들이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선거풍토도 한차원 높아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TV토론이 성사돼야 하고 관훈토론도 TV에서 녹화 중계하는게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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