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산당 조직해체/“중앙은 합헌·지구는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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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옐친·공산진영 서로 “승리”/헌재판결/보수파 “공산당 즉각 재건” 선언
【모스크바 로이터·이타르­타스=연합】 러시아 헌법재판소는 30일 보리스 옐친대통령이 앞서 취한 공산당 불법화 조치에 대해 「일부 합헌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리고 지난 5개월 동안의 「공산당재판」을 종결했다.
이에 대해 옐친측과 공산당 진영 모두 즉각 자기들의 승리임을 주장함으로써 1일 세계의 관심속에 개막되는 러시아 인민대표대회에서 빚어질 보혁 대결에 적지않은 파급효과를 미칠 조짐이다.
강경 보수진영은 이번 판결에 고무돼 「즉각적인 공산당 재건」을 선언하는 한편 옐친에 대한 탄핵을 모색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파상적인 대정부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헌재가 공산당 기간조직에 대한 불법화를 인정한데다 구공산진영 스스로도 『이번에 승리한 부분을 실체화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시인함으로써 이번 판결로 옐친의 정치생명이 결정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발레리 조르킨 러시아 헌재소장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옐친이 내린 공산당 불법화 포고령중 ▲중앙당 조직 해체 ▲당이 일방적으로 흡수한 국유 휴·요양시설 「환수」는 합헌적 조치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구당 조직을 해체한 것과 당이 합법적으로 소유한 재산까지 환수한 점은 위헌으로 판시됐다. 조르킨소장은 13명의 헌재 판사중 2명이 이같은 「부분 위헌」 결정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내놨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겐나디 부르불리스대통령보좌관은 『개혁을 계속 추진할 수 있는 헌법적 기반이 확보됐다』면서 『이번 판결로 인해 인민대표대회에서 구공산세력의 공세가 강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피력,일단 재판결과에 만족하는 태도를 보였다.
구공산진영을 대표하는 발레리 쿠프초프 전 러시아 공산당 제1서기도 『공산당 재건의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이를 위한 회동이 즉각 소집될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재판결과를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한편 관측통들은 헌재가 공산당의 근간 자체를 불법화한 조치를 인정했음을 지적,이번 판결이 옐친에게 치명타로 작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구공산당 하부조직 부활 보장/보·혁격돌 「제2라운드」 불가피(해설)
러시아 공산당 재판은 공산당세력과 옐친대통령 모두를 승리자이자 패배자로 만들었다.
이번 판결은 공산당 정치국과 당 중앙위원회를 제외한 공산당의 지방조직·하부조직의 부활을 가능케한 것으로 보수세력의 공산당 재건운동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각지에는 아직도 구 공산당 계열의 인물들이 시대의 변천에 따라 옷만 갈아입은채 중앙의 개혁명령에 태업 등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진로도 이번 재판의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헌재는 구 공산당세력과 지방기관·국가간에 가장 큰 분규를 빚은 공산당 소유재산의 국유화 결정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공산낭의 재산이 국가재산이기 때문에 합헌』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공산당 소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국가가 갖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이 문제는 중재재판소가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떠넘김으로써 당재산을 둘러싼 「제2라운드 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세계적 관심속에 지난 5개월동안 진행된 「공산당재판」은 일부 합헌,일부 위헌이라는 유례드문 판결로 종결됐지만 공산당 재산에 대한 판결을 유보하고 공산당 하급조직의 부활을 보장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러시아 정국에 큰 돌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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