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 작전」에 당한 맥콜 경쟁사서 유사제품 홍수출하 후 중단 보리음료시장 김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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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몇 해전 음료업계를 주름잡던 보리탄산음료「맥콜」의 인기가 어느 새인가 시들해졌다.
소비자들이야 그저『사람의 입맛이 간사한 탓이겠거니』하겠지만 맥콜이 주저앉은 그 이면에는 업계사람들 사이에서「논개 작전」이라고 불리는, 경쟁회사들의 방어전략이 큰 작용을 했다.
경쟁회사들은 맥콜과 유사한 제품을 시장에 퍼부어 보리음료시장을 식상할 정도로 달아 오르게 한 뒤 어느 날 갑자기 유사제품을 포기, 맥콜을 포함한 시장전체의 김을 빼 버리는 전략을 썼는데 유사제품의 역할이 마치 적장과 함께 물에 뛰어든 논개와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맥콜은 84년 일화가 당시 남아돌던 보리를 이용해 개발한 신제품으로 처음에는 콜라·사이다 등 기존 음료시장의 유통망이 너무 단단해 할 수 없이 목욕탕을 중심으로 성인을 파고드는 방법을 썼다.
하지만 맥콜은 그때까지 맛보지 못한 구수한 맛에다 건강에도 좋고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다는 점 때문에 급성장 했고 88년에는 칠성사이다를 추월, 코카콜라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이쯤 되자 롯데·해태·코카콜라 사 등 기존 음료회사들은 마침내 비비 콜·보리 텐·보리 보리와 같은 유사제품을 내놓고 TV 광고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화는 아예 당시 최고의 스타 조용필로 맞대응을 했고 경쟁제품의 소매점마진폭이 맥콜보다 높다고 하나 수입맥아를 쓴 탓에 맛이 떨어지고 당도도 높은 단점이 있어 경쟁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일화는 이처럼 품질 면에서 자신감만 가졌을 뿐 이들 제품 때문에 소비자가 맥콜을 포함한 보리음료 전체에 대해 질려 가고 있는 것을 몰랐으며 나머지 회사들이 보리음료시장을「한물가게」하기 위해 우유탄산음료를 준비한다는 것도 몰랐다.
89년 여름이 되자 이들 회사는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일제히 보리음료의 광고를 중단하고 「밀키스」「크리미」「암바사」의 광고를 퍼부었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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