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과 입체 결합시킨 새 기법 선 보일 터"|개인전 갖는 서양화가 박수용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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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평면회화에 입체적 요소를 도입한 독특한 화풍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아 온 서양화가 박수용씨(38)가 25일부터 내달 5일까지 선 화랑(734-5839)에서 3회 개인전을 갖는다.
그동안 박씨는 파시즘에 짓밟혀 이름 없이 사라진 원혼들을 위로하는 무거운 주제를 다뤄 왔으나 이번에는 자신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전남 해남의 농촌생활과 어부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20여 점을 선보인다.
『역사의 현장에 동참하지 못했고 서민들의 애환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대정신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기란 지난한 일임을 느꼈습니다.』
그는 이밖에도 된장국 냄새와 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그의 화면에 정치적·사회적 이슈를 용해시키는데는 적지 않은 부조화가 따랐기 때문에 주제를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출품작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농촌풍경, 손자에게 고구마를 구워 주는 할아버지, 소와 뜸부기가 함께 있는 외양간 등 자신이 직접 경험한 시골생활의 기억을 담고 있다.
박씨의 표현기법은 특이하다. 인장 력이 강한 기름 위에 휘발성이 강한 기름을 부을 때 기름간의 반작용에 의해 우연히 형성되는 형상들을 떼어 오브제로 사용하고, 우드 락(나일론 전의 일종)위에 물감을 강력 접착제로 붙여 굳게 한 다음 끌 또는 칼로 긁어내거나 요철을 만들어 그 위에 다시 유화를 그리는 방법으로 평면그림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그는 쇳물을 분무기로 뿌려 우연히 만들어지는 형상을 콜라주기법으로 결합시켜 가까이 보면 그림이고 멀리서 보면 입체인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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