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관중 쫓는 엉성한 경기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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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시즌 막판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던 지난11월7일 포항 전용구장. 박빙의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일화·포철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그라운드를 찾은 포철 팬들은 당혹 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경기는 당초 오후 3시 반에 치르기로 돼 있었으나 TV중계 등을 이유로 돌연 30분이나 앞서 시작된 것. 이 때문에 이날 경기는 30분간이나 관중 없는 썰렁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으며 뒤늦게 그라운드를 찾은 1만여 관중들은「도둑맞은 시간」(?)을 아쉬워했다.
들쭉날쭉했던 경기일정의 잦은 변경과 연기사태는 올 프로축구의 운영 미 숙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출범 10년째임에도 불구, 프로축구는 여전히 졸속과 파행으로 운영됐다. 특히 바르셀로나 올림픽기간 중에는 모든 일정을 연기해 버리는 바람에 차질 없이 전 일정을 소 화한 프로야구와는 대조를 보였다.
이 때문에 관중동원에도 실패, 각 구단별로 평균 25억 원 이상의 엄청난 경비를 투입하고도 포철만이 홈 경기관중 32만 명을 넘어섰을 뿐 LG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구단은 20만 명에도 못 미쳤다.
구태의연한 경기방식도 관중동원 실패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프로위원회는 시즌 개막에 앞서「공격축구」를 유도하는 새 승점 제(승 3, TK승 1·5, TK패1)채택을 외면, 종전방식(승2, 무1, 패0)을 고집함으로써 흥미를 반감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올 시즌 무승부게임이 총 90게임 중 32게임에 달해 3분의1을 훨씬 넘어섰음은 특기할 만한 대목이다. 뒤늦게나마 내년시즌부터 새 승점 제를 채택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전례 없이 골 기근현상을 빚은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올 시즌 작성된 득점 수는 총1백86골로 게임당 평균 2·08골을 뽑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2·24골에 못 미치는 수준.
시즌 내내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판정시비도 빼놓을 수 없다. 프로축구의 영원한 숙제라 할「심판사고」는 올 시즌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급기야 관중난동과 감독징계를 유발했다. 특히 시즌막판에 빚어진 박종환 감독에 대한 징계파동은 다시 한번 심판불신풍조를 조장하는 악재로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올 프로그라운드에 지울 수 없는 흠집을 남겼다.
이밖에 계약금을 제한하는 현행 신인드래프트제의 고수는「스타부재현상」을 야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정재권(한양대), 노정윤(고려대)등 대어 급 신인들이 드래프트를 거부, 외국행을 택함으로써 내년 시즌 또한 스타부재현상은 한층 심화될 수밖에 없는 딱한 실정이다. <전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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