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엔저의 또다른 원인, 일본 개인투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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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카자흐스탄에 100억엔이 몰려?"

지난달 29일 일본의 투신사인 캐피탈 매니지먼트사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모집을 마감한 '카자흐 이글 펀드'에 당초 예상의 세 배가 넘는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은 90%를 넘었다. 이뿐 아니다. 노무라애셋매니지먼트의 '아시아 고 배당주 투신상품'은 올 4월 아예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 개인 자금이 너무 몰려 운용한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엔저'의 요인으로는 주로 두 가지가 지적돼 왔다.

첫째는 일본의 정책금리(0.5%)가 미국(5.25%)이나 유럽(4%)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 저금리로 빌린 엔을 팔아 외국 통화와 교환한 뒤 해외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엔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엔저'를 촉발하는 제3의 변수가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 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신상품 선호현상이다. 일본 투자자가 해외 주식에 투자하게 되면 엔을 팔고 외화를 사는 셈이 되기 때문에 엔저로 이어진다. 지난달 말 주식형 투신상품의 순자산총액 중 외국주식에 투자하는 '국제주식형'이 8조598억엔으로 '국내주식형'(7조7847억엔)을 사상 처음으로 상회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축만을 고집하던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이 이제는 중국주나 인도주, 나아가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레이트로까지 위험을 감수하고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JP모건 체이스뱅크의 사사키 도루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가들은 조금 엔고(円高)가 되도 외화를 팔지 않고 오히려 더 사들이고 있다"며 "요즘 엔저를 연출하고 있는 것은 바로 개인투자자들"이라고 분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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