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과 싸우며 8개월 째 강행군|「독도365일」KBS 제작팀을 찾아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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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쾌속 함인 해군 초 계정으로도 동해항에서 7시간이나 걸려 망망대해를 가다 독도를 만나면 원시적인 아름다움에 경탄하면서 누구나 애국자가 되고 만다. 어부들은 세상엔 바다뿐이란 생각으로 몇 나절을 보내다 뭉뚝한 두개의 연필심처럼 솟아 있는 독도를 발견하면 누구나 그 신묘한 기에 사로잡힌다고 말한다.
동행한 독도노래『홀로 아리랑』의 작곡가 한 돌 씨는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어선을 얻어 타고 독도를 다녀간 것이 벌써 10차례라며 그때마다 『우리 땅의 아름다움과 신기함에 매혹되고 만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끈질기게 독도에 집착하는 것(아직도 매일 일본의 순 양함이 독도 근해를 맴돌고 있다)도 이 깨알같은 섬에서 발산하는 막대한 기 때문이라든가.
해저지형이 파악되지 않아 큰배는 아예 접근을 못하고, 작은 배가 견딜 만큼 잔잔한 날씨는 1년 중 고작 한 달여. 그러니 KBS본관 크기 만한 암벽뿐인 이 작은 땅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먼저 자연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8개월 째 독도의 자연에 파묻혀 있는 KBS교양제작국 최훈근 PD(35)등『독도3백65일』제작팀 5명은 이제 슬리퍼를 신은 채 암벽을 타고, 고무보트를 자전거 몰 듯 하며 눈감고 바다 밑의 지도까지 척척 그려낸다. 거기에다 20cm는 족히 넘게 기른 수염으로 영락없는 「독도도사」가 돼 있었다.
최PD등은 장관인 일출·일몰, 구름과 바 다가 합쳐지는「용오름」현상, 70여종의 자생식물들, 바다 밑의 희귀 생물, 섬 전체를 날려 버릴 듯한 무서운 태풍, 말로만 듣던 길조 녹색비둘기 등 우리 땅 독도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TV로 보여주기 위해 선인처럼 이곳에 몸담고 있다.
폭풍이 칠 때면 단 10여m를 움직이는데도 몸체가 날아가지 않도록 20kg짜리 역기를 양손에 들고 가야하고, 파도가 잔잔해 질 때까지 울릉도에서 떠다 먹는 물을 기다리며 생식을 해야 하는가 하면 좀더 극적인 모습을 담으려다 절벽에서 실족하거나 비싼 촬영장비가 파도에 젖어 못쓰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이렇게 1년간 6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 이름만으로 알고 있던 독도의 사계를 보여주기 위해 속세와 인연을 끊은 채 지금까지 8천4백분 이상분량의 독도의 얼굴들을 비디오에 담고 있다.
국제법상 섬이 아니라 암초로 규정돼 있는 독도는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20여명의 선구자들 덕택에 보급문제만 제대로 해결된다면 얼마든지 사람이 살수 있는 어엿한 국토였다.
해병이 기증한 7백kg짜리 발전기를 가까스로 옮겨와 냉장고도 돌리고 TV도 본다. 한국통신의 협조로 직통전화 (0556)791-1227)도 개설돼 있었는데 육지와 통화음이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생생했다. 최PD는 『독도가 정말「우리 땅」이기 위해서는 독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자주 와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한다.【독도=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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