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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평가 방식 바꾸는 게 옳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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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교육부가 예체능 평가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석차와 원점수를 폐지하고 '우수.보통.미흡'의 3단계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학습 부담을 덜어줄 것이란 학부모들의 예상과 사실상의 내신 제외 조치라는 관련 교사들의 반발이 충돌하고 있다. 예체능 교과는 특성상 학습 결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수행평가 비율도 매우 높아 90%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예체능 교과 평가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 이유다.

예체능의 현실적 부담은 또 있다. 내신 과외다. 그동안 예체능 평가와 관련된 맞춤형 과외가 기승을 부렸던 것은 우리 주변의 흔한 모습이었다. 과외 책임을 예체능 과목에만 돌리는 것은 아니지만 현행 평가 방식이 예체능까지 과외 열풍으로 몰아간 것은 분명하다. 배구 과외, 악기 과외도 있다. 즐거워야 할 예체능 과목들이 평가 때문에 고통스러운 과목이 됐다.

예체능은 지식 위주의 일반 과목과 달리 인성 발달을 위한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예체능은 평가에 구애받지 않고 즐겁게 접해 익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부분 외국 국가들이 이들 과목을 선택적으로 이수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과목이 정규 과목으로 편성돼도 '이수'여부만 평가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가 교양체육 평가 방식을 '등급제'와 '성공/실패' 제도로 바꾸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고에서도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학습 부담이 큰 중.고에서 더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예체능 평가를 개선해야 한다. 문제는 해당 교사들의 반발이다. 이들은 학교에서 예체능 교육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교사 입장에서만 판단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이번 개선을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부에선 '패스/실패'의 2단계로 축소하자는 주장까지 한다. 교사들이 좀 더 대승적으로 판단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학생들이 부담 없이 예체능 활동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긴 안목에서 보면 그것이 진정으로 예체능 과목을 위한 길이다.

한병선 교육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