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층 비호 아래 300여명 납치해 '노예노동'시켜

중앙일보

입력

중국 산시(山西)성 훙둥(洪洞)현의 한 벽돌 공장의 업주가 납치된 미성년자를 포함해 300여 명의 근로자에게 1년 넘도록 '노예 노동'을 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권력의 비호를 받은 업주가 노동자의 인권을 일방적으로 짓밟은 사례여서 중국 내외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벽돌 공장에서는 인신 매매된 미성년자나 거금을 벌 수 있다는 꾐에 빠진 농촌 출신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감금 상태에서 새벽 5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하루 21시간씩 강제 노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이곳에서 강제로 일해온 노동자는 37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장 측은 강제 노동을 거부할 경우 노동자의 손을 철삿줄로 묶거나 폭력을 휘둘렀던 것으로 공안 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구타로 숨진 노동자도 있었다. 노동자들은 10여 마리의 사냥개들이 감시하고 있는 데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환경 때문에 탈출을 시도하지 못했다.

이 벽돌공장 주인인 왕빙빙(王兵兵)은 현재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그의 아버지 왕둥지(王東記)가 훙둥현의 인민대표(지방 의원격)이자 차오성(曺生)촌의 공산당 당서기라는 사실이 드러나 중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공장주가 아버지의 정치적 배경을 믿고 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을 일삼은 권력형 비리인 것이다. 왕둥지는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잠적했다. 노동자들을 속여 공장에 팔아온 인신 매매업자는 후베이(湖北)성에서 최근 검거됐다.

산시성 현지 언론들은 이 지역 파출소에 소속된 공안들이 벽돌공장의 인권 탄압 행태를 묵인하는 대가로 업주 측으로부터 '보호비'를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인권을 묵살해온 벽돌 공장이 1년 이상 멀쩡하게 운영된 배후에는 업주 부친의 권력뿐 아니라 공권력의 비호도 있었다는 것이다.

노동환경 보호를 주관하는 중화전국총공회는 노동자 인권 탄압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단을 현지에 급파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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