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블랙박스/옐친,한국에 인도/6·25자료도 연내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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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러 정상회담
노태우대통령과 보리스 니콜라예비치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동아시아 정세 및 러시아의 개혁정책에 대한 협력방안 등을 협의했다.<관계기사 2,9면>
양국 정상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남북한간에 비핵화공동선언에 따른 상호핵사찰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공동 노력키로 했으며 옐친대통령은 러시아는 이와 관련해 북한에 핵물자와 기술의 공급을 중단하고 있고 앞으로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무기공급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옐친대통령은 이에 대해 러시아는 이미 북한에 무기공급을 중단했으며,그 예로 과거 소련이 북한에 미그29 전투기의 조립공장 건설을 약속했으나 4대를 조립한후 중단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내달중 옐친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 중국이 한반도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을 요청해주도록 당부했고,옐친대통령은 확실한 전달을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이 고립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참여할 것을 희망하고 핵문제만 해결되면 한반도 및 동북아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옐친대통령은 지난 61년 북한과 맺은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의 제1조 자동개입조항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개정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옐친대통령은 또 지난 83년 소련공군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대한항공 007기의 블랙박스 본체와 음성정보기록(CVR)·비행정보기록(FDR) 등 피격여객기 관련 기록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유족에게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옐친대통령은 양국이 금세기말까지는 물론 21세기에도 공동으로 협력할 경제프로젝트로 자원·원유·과학기술·전자·라디오·관광·제약·공항 및 도로건설 등 사회간접자본·시멘트공장·산림개발 및 목재가공·냉장고·조선 등 23개 분야를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러시아가 어려운 여건하에서 민주화와 시장경제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대해 평가하고 한국도 가능한 범위에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옐친대통령은 이날 노 대통령이 요청한 야쿠트가스전 개발에 한국기업이 참여하는 문제와 연해주공단 설치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하고 한국에 군사장비와 군사과학기술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옐친대통령은 또 서울 정동의 구러시아공관 부지문제를 조기에 해결해줄 것을 요청하고,이와 함께 모스크바에 한국대사관 부지를 제공하는 문제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옐친대통령은 러시아정부가 한국전쟁과 관련한 자료를 조사·발굴하고 있으며,연말까지 1단계 조사가 끝나면 한국측에 자료를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옐친대통령은 스탈린 치하에 재러시아 한인이 강제이주당한데 대해서는 법적 지위문제와 명예회복은 물론 물적 보상문제에 대한 법적 조치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이 끝난뒤 「대한민국과 러시아연방간의 기본관계조약」에 서명했으며,이상옥외무장관과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 외무장관사이에 문화협정과 이중과세방지협정에 각각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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