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돌린 돈 800억대/「지점장 자살」 갈수록 파문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단자사 등에 CD발행 속여/5백50억원 미리받아 사용
상업은행 명동지점 이희도지점장(53)이 빼돌린 금액은 총 8백억원선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양도성 예금증서(CD) 판매 등으로 빼돌린 돈은 ▲롯데쇼핑 발행어음 1백50억원 ▲입금없이 발행해 판 CD 1백억원 ▲인천투금·롯데건설 등에 CD를 주기로 하고 받은 5백50억원 등 8백억원선이다.
상업은행은 이같은 이 지점장의 저금유용내역을 골자로 한 자체검사 결과를 18일 오후 발표키로 했으며 은행감독원은 이날 오후부터 상업은행 명동지점에 대한 특별검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상업은행에 따르면 이 지점장은 인천투금 등에 CD를 팔기로 하고 돈을 미리 받은뒤 보관증을 써주었으나 지난 14일까지 CD를 건네주지 않은 채 자살했다.
상업은행 명동지점측은 지점장단독으로 한 것이라 모른다며 약속한 CD를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계는 이 단자사가 실세금리의 급락 과정에서 CD를 유통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발행하는 은행에서 직접 매입하는게 유리해 상업은행 명동지점을 찾아가 사려다 이씨에게 돈을 떼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점장은 또 자살 직전인 지난 14일 10억원짜리 CD 10장 1백억원어치를 발행해 갖고 나가 평상시 거래가 많았던 서울 강남의 사채업자 김기덕씨(43·기민건설대표)에게 넘겨 돈을 챙겼으나 명동지점에는 입금시키지 않은채 지점에 돌아오지 않고 이튿날 새벽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CD는 정상적으로 발행됐으며 김씨가 14일 대신증권에 96억6천2백만원에 팔때 대신증권측은 이를 명동지점에 직접 들고가 발행자인 박병호과장에게 진본임을 확인하고 날인까지 받았다고 대신증권측이 밝혔다.
상업은행측은 이 CD가 17일 오후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14일에 이미 수협이 대신증권으로부터 96억6천6백50만원에 사서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수협은 매입한 CD에 문제가 있으므로 대신증권측에 다시 매입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는데 대신증권측은 전례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수협은 이 CD외에도 9,10월중에 상업은행 명동지점발생 CD 75억원어치를 대신·쌍용·동양증권에서 사들여 갖고있는데 진본여부를 가려달라고 상업은행에 요청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