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은 급한데 의혹은 번지고…/「알자회」 파문 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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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뒤에는 장성급 후원자 있다” 소문까지/“전역 안시키면 언젠가는 부활” 우려도
「알자회」 파문이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일부 40기이하 위관급 장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군수뇌부의 조처가 미흡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알자회 가입자들을 동기회에서 제명하는 등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라 열리고 있는 알자회 관련 육사출신 장교들의 동기회 모임은 일반 국민들의 눈에 상당히 심각한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고,군내에서도 이들의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알자회 사태가 처음 언론에 공개됐을때만해도 육군 수뇌부는 일과성 해프닝 정도로 끝날 것으로 파악했던 것 같다.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도 가급적 내부적인 자체 해결방식으로 취해졌다.
알자회라는 사조직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육군수뇌부는 군수사기관을 통한 정밀조사와 함께 이들 관련 장교들에 대한 기별면담 등을 통해 사태의 조기수습에 나섰다.
이들은 기별 대표 15명씩을 불러 사태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들이 기별로 회의를 열어 보직해임선에서 사태수습에 협조해 주도록 설득했다.
이와 관련,육군 수뇌부에서도 초기에는 이견이 분분,강경하게 「의법조치」하자는 쪽과 「합당한 불이익」을 가하자는 쪽으로 나눠졌다.
최승우인사참모부장 등은 지난달 중순이후 세차례에 걸친 기별 대표자 모임을 통해 알자회 사태로 인한 군의 분열상이 밖으로 노출돼서는 안된다며 가급적 자체내 해결을 설득·종용하고 나섰다.
그러는 과정에서 일부 강경론자들의 오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자회 청년 장교들을 전역조치하지 않고 보직 해임선에서 해결하려는 것은 결국 이들의 부활을 보장해주려는 저의가 있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알자회가 이처럼 확대된데는 장성급 후원자가 있다는 의혹의 시각도 있었다.
비알자회 장교들이 알자회 동기생들에게 가장 배신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이들 알자회는 임관이후가 아니라 이미 생도시절 선배들에 의해 비밀리에 선발,결성됐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36기이상 중령급 장교들의 경우 이미 대대장으로 진출한 경우도 있어 동기생중에는 알자회 가입 동기생들에게 잘 보이려고 갖은 방법을 구사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자탄하고 있다.
비알자회 장교들은 또 알자회가 「하나회」보다 더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라며 이들 1백20명중 80% 이상이 영남출신이라는 점을 실례로 들고 있다.
군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알자회 관련 장교들은 『당초 동기는 순수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배타적인 이익집단화함으로써 본의아니게 다른 동기생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데 대해 크게 뉘우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수뇌부가 알자회 가입자를 「옷벗기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려는데 대해 34∼40기 동기회는 대충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수뇌부의 판단이어서 알자회 파문은 그런대로 진정되어 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군내부에 상당한 갈등의 심연이 있음이 노출됐고,군의 정치성향 등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있어 이런 감정의 상처들을 메우는 것이 군의 진정한 숙제일 것 같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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