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미쓰비시도 온다' 긴장하는 현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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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판 관계자는 "미쓰비시자동차와 차종 및 대리점 운영 등을 놓고 벌였던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며 "수입차 대리점을 호화롭게 꾸미지 않기로 했으며, 올해 말부터 2000만~3000만원대 차를 팔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자판은 국내 GM대우 대리점 몇 곳을 미쓰비시자동차 대리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입차 전문지인 스트라다 박영웅 편집장은 "미쓰비시자동차는 현대차와 성능이 비슷한 데다 최근 품질도 좋아져 한국에서 다른 차와 경쟁할 만하다"며 "30, 40대 직장인을 주요 고객으로 2000만원대에 준중형 세단을 내놓을 경우 동급 국산차 고객을 잠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차 상륙하나=미쓰비시는 한국 진입 차량으로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파제로'와 준중형 세단 '랜서'를 결정했다. 2000만원대 저가형 스포츠카인 '이클립스'는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신차를 출시한 뒤 들여올 예정이다. 중형차 '갤랑'은 시장 반응을 봐가며 내년께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차종은 모두 미국 수출용 차로 핸들이 왼쪽에 달려 있어 한국형으로 새로 개발할 필요가 없다.

파제로는 1990년대 현대정공이 갤로퍼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시판해 큰 인기를 끈 차종이다. 지난해 모델을 완전히 바꾼 신차가 유럽.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 초 푸조.시트로앵이 이 차를 기본으로 디자인을 조금씩 바꿔 자사의 SUV로 개발해 팔고 있다.

◆일본 차 각축장 된 한국 시장=일본 빅3는 2001년 도요타를 시작으로 차례로 국내에 진출했다. 이들 3개 사의 올해(1~5월) 수입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34%를 기록했다. 일본 차 업체들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FTA 체결로 수입차 관세(현 8%)가 없어질 경우 일본 차의 가격경쟁력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엔저 현상이 심화한 것도 일본 차 공세의 한 요인이다. 한국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미쓰비시자동차는 국내에 상당수 매니어층을 확보하고 있다"며 "엔저 현상이 지속돼 일본 차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남아 있는 일본차인 마쓰다.수바루도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자동차=1900년대 초 비행기.선박을 건조한 미쓰비시중공업이 모체다. 자동차는 1917년 처음 만들었다. 국내에선 현대차와 인연이 깊다. 70년대 중반부터 현대차에 로열티를 받고 기술 이전을 해왔다. 랜서는 76년 국내 첫 독자모델로 나온 현대차 포니의 기본 차체로 사용됐다. 90년대 중반 품질 불량을 은폐한 사건이 터지면서 경영이 급속히 악화됐다. 2005년 5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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