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강 흔들림 없어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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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보도되고 있는 군 장비 유출사건과 육군내 사조직 파문은 지엄해야할 군의 기강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들은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군의 구조적 기능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폐장비 불하의혹」의 경우 육군 군수사령부 장교들이 군장비를 폐기처분하는 과정에서 업자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부정불하했다는 혐의를 받고있다. 아직은 혐의단계지만 사령관을 포함한 군수사 고위장교들이 정기적인 상납을 받았고,군의 부정을 척결해야할 헌병대와 군기무사 요원들마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구나 사용가능한 중장비까지도 해체하지 않은채 반출하여 시중에 유통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혐의가 사실이라면 단순한 부정사건을 넘어 일정지역의 군부대들이 구조적으로 관련된 반국가적인 안보저해사범으로 보아야 한다.
「알자회」란 일부 육사출신 장교들의 모임은 과거 「하나회」를 연상케하는 군내 사조직이다.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매기 12명씩 1백20여명으로 구성돼 있고 회원들은 대위로부터 중령에 이르는 중견장교들이다. 알자회는 지난 83년에 결성된후 수차례 군의 사조직 해체명령이 있었음에도 계속 유지돼 왔고,특정지역 출신 중심으로 결성돼 회원 일부가 육본인사운영감실·수방사·경호실 등 요직에 배치되었을뿐 아니라,회원 상호간에 인사상의 상부상조를 도모하고 있다는 혐의로 보아 군내 분파작용으로 기강을 어지럽혔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김진영육군참모총장은 취임식후인 지난 2월 지휘서신을 통해 일체의 군내 사조직에 해체령을 내렸다. 알자회는 이러한 참모총장의 지시에 불복했을뿐 아니라 86년 1월에도 그 정체가 드러나 해체명령을 받았는데도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고 한다.
공식적인 지휘명령에 거역하는 이런 사조직은 군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인사질서를 문란케 하며 군의 기강을 어지럽힌다. 이미 육사 38기 장교들은 지난달 알자회 가입자 12명을 동기회에서 제명키로 하고 이 조직의 해체와 강력한 응징을 상부에 건의했다고 하니 그 자체가 이미 군내 기강과 인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행히 육군은 폐장비불화의혹사건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고 알자회에 대해서는 즉각 해체를 명령하고 일부 회원에 대해서는 보직변경조치를 취하거나 취하기로 했다니 그 추이를 지켜보겠다.
지금은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나 안보상황에서 볼때 불안정한 과도기라 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군이 훈들림없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 요구된다. 군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군내 부정과 비행을 엄단하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분파작용은 철저히 배제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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