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토요일에 대형 뉴스 다이내믹 코리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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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02면

오병상 Chief Editor

기자들이 흔히 농담하곤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뉴스거리 없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정된 선진사회와 비교해 볼 때 거의 매일 대형 사건들이 터지니까요. 이번 호 마감을 서두르는 현재 시점(16일 토요일 밤 8시)만 보자면 정말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이제 막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초청키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2ㆍ13 합의가 마침내 돌파구를 찾았다는 중대 뉴스입니다. 지난 4개월간 진척이 없었던 북한 핵문제가 비로소 해결의 물꼬를 튼 셈입니다. 크게 보자면 악화일로를 걸어온 북ㆍ미관계가 해소 국면으로 들어가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잘 풀릴 경우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됨으로써 6ㆍ25 전쟁이 반세기 넘어 공식적으로 종식될 수도 있으며, 북한과 미국이 국교를 정상화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성급한 기대는 금물입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길은 앞으로도 험하고 멀 것입니다. 지금부터 북한과 미국의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것입니다. 북한의 군부도 그렇지만 미국의 보수 정치세력 역시 녹록지 않은 확신범들이기에 매우 완고합니다.
덧붙여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정상회담 가능성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더라도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외신에서는 이미 남북 간에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진전돼 있다는 관측을 기사화해 왔습니다.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무래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겠죠.

이에 앞서 토요일 오후 3시쯤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가 대국민 사과 발언을 했다는 취재 메모가 들어왔습니다. 이 후보가 15번이나 주소를 옮겨다녔다는 뉴스를 추적하던 중이었습니다. 이 후보 측에서 옮겨다닌 주소와 이전 사유를 모두 밝혔습니다. 곧이어 이 후보 본인이 사과했습니다. 분명한 주민등록법 위반입니다.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은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유력 후보로서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음은 확인된 셈입니다. 후보에 대한 검증 논란이 한창인 시점에서 후보 본인이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뉴스라고 판단해 1면 톱기사와 3면 대형 박스로 다루었습니다. 국제적 차원에서 보자면 북한 핵문제가 더 중요한 뉴스입니다만.

개인적으로 가슴 뿌듯한 기사는 2면 톱기사로 다룬 ‘국산 훈련기 수출’ 특종기사 입니다.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세계적 위상을 말해주는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우리 항공산업은 1990년대에 KF-16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미국 록히드 마틴사로부터 기술을 도입한 이래 급속한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번에 터키로 수출하는 KT-1(雄飛)은 프로펠러로 움직이는 초등 훈련기입니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할 예정인 고등훈련기 T-50은 초음속 제트기입니다. 이 분야에선 우리 기술이 세계 정상급입니다. 미국의 고등훈련기(T-38)보다 더 우수합니다. 어쩌면 미국이 F-22와 같은 초첨단 전투기를 몰 조종사를 훈련시키기 위해 우리나라의 고등훈련기를 수입할지도 모릅니다. T-50의 경우 무기를 장착하는 시스템을 갖출 경우 지상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제트기(A-50)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가격은 훨씬 비싸지겠지요. 1980년대 말 겨우 날개나 조립하는 삼성항공을 견학하면서 “우리는 언제…”라며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품위 있는 질문에 답하는 북유럽 시리즈(4면 참조)도 차별화된 콘텐트로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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