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럭셔리를 좋아하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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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30면

1. 조엘 데그립이 디자인한 ‘겐조’의 향수병. 야생 밀림의 느낌을 도입해 병 뚜껑에 코끼리와 호랑이 상을 새겨 넣었다. 2. 단순하고 현대적인 선을 응용한 스와로브스키의 펜.

럭셔리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최신 패션의 주제이자 논쟁거리. 이 어려운 테마를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이가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 조엘 데그립(62)이다.
파리 국립그래픽아트스쿨을 졸업하고 현장에서 일해온 그는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위해 독창적인 디자인 아이템을 개발해 왔다. 페르가모ㆍ랑방ㆍ브쉐론ㆍ셀린느ㆍ카르티에ㆍ겐조ㆍ스와로브스키ㆍ프라다ㆍ에스티 로더 등 명가의 디자인뿐 아니라 에어 프랑스ㆍ클럽 메드ㆍ코카콜라 등 대기업의 일을 해냈다.

데그립은 특히 아시아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럭셔리의 개념을 동양의 사고에서 끌어오기도 한다. 그런 그가 6월 19~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국제 마케팅 콘퍼런스에서 럭셔리를 주제로 강연한다. 상하이에 주재하는 샤넬ㆍ프라다ㆍ루이뷔통 등의 프랑스 명품사를 대상으로 강의하는 자리다. 그의 강의 노트를 살짝 엿봤다.

에스티 로더를 위해 무지개의 환상을 지닌 개념으로 디자인한 향수병 ‘파라다이스를 넘어서’.

럭셔리는 자유로운 정신
럭셔리는 우리 인간에게 고유한 일종의 정신이자 특성이다. 고급스러운 물질로 휘감은 몸과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면, 아무리 비싸고 멋진 옷을 입고 장신구를 걸쳤다 해도 그의 내면이 아름답지 않으면 럭셔리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럭셔리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 변화되고 결정된다. 영혼의 변화에 따라 늘 움직여 가는 일종의 혼이라 영원히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한다.

럭셔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연관되어 있다. 20세기의 럭셔리와 21세기의 럭셔리가 다르다. 또한 다양한 활동 범위에 걸친 개인의 삶에 따라 차별화된다.
럭셔리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욕구는 세대를 막론하고 같은 의미일까? 청년과 중년, 남성과 여성,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서는 차이점이 없는 것일까? 그 대답은 ‘아니다’이다. 다 다르고, 달라야 럭셔리다.

럭셔리에 대한 해석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개별적인 차이는 있다. 이를테면 현재 영국 런던에서 럭셔리라 하면, 그 의미는 여행이다. 홍콩에서는 럭셔리가 유명 브랜드를 의미한다. 아마도 중국에서는 ‘프라다 휴대전화’일 수도 있다.
프랑스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앙드레 퓌트망은 말했다. “럭셔리란 자유로운 정신이다. 럭셔리는 창조와 상상과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럭셔리라고 흔히 알고 있는 고루한 전형들을 깰 수 있는 자유로움을 뜻한다.” 완벽한 정의는 아니지만 럭셔리의 한 풀이로 풍부한 재료를 제공한다.
 
럭셔리는 개인적 만족
에스티 로더사의 이탈리아 대표 오르나 노파르베르는 “럭셔리란 개인적인 만족”이라고 정의했다. ‘개인적인 만족’이란 참으로 많은 울림을 주는 말이다. 값싼 스카프 한 장이라도 제 마음에 쏙 든다면 만족할 수 있기에 럭셔리다. 아무리 비싼 보석 장신구를 걸쳤다 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없다면 럭셔리가 아니다. 그러니 럭셔리를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관점을 바꿔 보면 결국 럭셔리는 흔히 생각하듯 돈의 가치로 따질 수 없는, 그보다 훨씬 크고 심오한 얘기다. 누군가는 마음의 평화를 럭셔리라 할 수 있고, 또 다른 이는 정신의 풍요함을 럭셔리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다양한 문화 체험으로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일은 인간으로서의 럭셔리를 즐길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된다.

과거와 현재의 관점에서 럭셔리의 차이점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아야 할 것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나날의 진부함을 넘어서 현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가. 둘째,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설명해 주는가. 셋째, 빠르게 바뀌는 세상의 변화가 끼치는 영향력이 포함되어 있는가.
이제 과거처럼 ‘직접적이며 즉각적인(immediate)’ 럭셔리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우리 시대는 ‘경험(experience)의 럭셔리’를 원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럭셔리는 진화한다. ‘당신 자신이 일구고 창조한 럭셔리를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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