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괴물 그린' 강호들 사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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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태양이 뜨자 야수가 이빨을 드러냈다.

US오픈 골프 대회 2라운드가 15일 밤(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 오크몬트 골프장에서 시작됐다. 역대 가장 어려운 코스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회의 2라운드엔 뜨거운 태양이 떠올랐다. 1라운드에선 많은 비가 내려 그린이 촉촉했지만 2라운드에서는 해 때문에 그린이 말라 버렸다. 안 그래도 길고, 러프도 긴 난코스에서 아스팔트처럼 단단해진 '오크몬스터'의 그린은 선수들을 가혹하게 심판하고 있다.

한국시간 15일 자정 오전조가 출발, 지옥의 라운드를 치르고 있다. 애덤 스콧(호주)은 8번 홀까지 5오버파를 기록, 합계 11오버파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치고 미소를 지었던 짐 퓨릭(미국)은 8번 홀까지 보기 4개를 하면서 미끄럼을 타고 있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자인 유럽의 강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도 8개 홀까지 합계 11오버파다.

필 미켈슨(미국)은 6번 홀까지 2타를 줄였다 이후 3타를 까먹었다. 애런 배들리(호주)와 폴 케이시(영국)가 2라운드에서 언더파를 치고 있지만 태양이 이글거리는 지옥의 라운드에서 끝까지 인내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지 시간 오후에 출발할 선수들은 더 가혹한 그린에 시달릴 것이다.

한편 1라운드에서는 156명 중 단 두 선수만이 언더파를 기록했다. 파 70인 코스에서 평균 타수는 75.32였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대부분 예상보다 쉬웠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닉 도허티(영국)가 2언더파 68타로 선두였고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가 1언더파 2위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비제이 싱(피지).제프 오길비(호주) 등 우승 후보들은 똑같이 1오버파로 선전했다.

최경주(나이키골프)는 부진했다. 1라운드에서 7오버파를 쳐 공동 104위다. 역대 메이저대회 사상 가장 긴 12번 홀(파5.667야드)과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렵다는 18번 홀(파 4)에서 더블 보기를 했다. 버디는 하나도 없었고 보기도 3개를 더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는 선수 중에선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3번 홀의 '교회 의자' 벙커에 들어가 더블보기를 하는 등 9오버파를 쳤다.

1라운드 선두인 도허티는 주니어 시절 영국에서 닉 팔도의 후계자로 각광을 받아 '리틀 닉'이라는 칭찬을 받았던 선수다. 그러나 돈 많고 잘생긴 그는 필드가 아니라 사교 클럽의 황제로 군림했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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