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함께 부를 노래 만들자|한민족 동질성회복에 가장 효과적|노주채<명지대·음악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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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은 영원히 번창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우리 민족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민족도 달리 없다는 생각을 줄곧 해 왔다. 예부 터 가무를 숭상해 온 민족이라는 역사적 해석에 따라서도 그러하거니와 오늘날에도 으레 모임의 여흥에서는 노래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노래방에 쏠리는 열기만 봐도 우리 민족의 노래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남과 북이 한자리에 만나기만 하면 목이 터져라 부르는 노래도『우리의 소원』이다. 단어 하나를 놓고서도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며 한발 짝 물러서기를 거절(?)하는 팽팽한 회담에서도『우리의 소원』을 부를 때만은 모두가 통일을 염원하는 글자 그대로「한 마음」이 된다.
이렇게 서로의 가슴을 열게 하는 노래가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통일의 노래는 언제 불러도 좋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 노래만 부를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남북이 나란히 예술공연장 무대에 올라 입을 모아 함께 부르는 대 합창곡이 전 세계로 울려 퍼지는 것을 상상해 보라. 이 어마나 근사한 일인가.
합창곡뿐이 아니다. 내일을 기약하며 미래를 살아갈 우리 후손들에게 길이 남겨 주고 꿈을 심어 줄 동요와 민요도 필요하다.
나는 여기서 남-북 대화 당사자들에게 대화 실천사항에 국교·중학교·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남북 공히 같이 부르는 노래를 싣자는 논의를 제안한다.
한 목소리로 남북이 함께 부를 이런 곡들은 남북 음악인들이 머리를 맞대 함께 작사·작곡을 해도 좋고, 시를 공모해 함께 합작으로 작곡해도 좋다.
이렇게 만들어진 곡이 남과 북의 방송매체를 통해 방송되고 남쪽과 북쪽의 소년·소녀합창단이 서로 교환 연주를 통해 한 무대에서 함께 노래한다면 남북의 이질감을 해소하고 동질성을 회복하는데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믿는다.
음악은 시요, 시가 음악이며, 구구절절 주옥의 마디마디가 노래되어 서울의 거리와 평양의 거리에 울려 퍼질 때 통일은 한발 짝 빨리 다가오리라 확신한다.
우리는 여기서 독일의 통일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베토벤의 제9교향곡이 있고, 월광 소나타가 있으며 대 문호 괴테의 문학작품을 지니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경제적 통일을 앞세워 정치적 통일을 이룩한 후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경제적 통일이나 정치적 통일에만 주안점을 두게 된다면 독일과 같은 후유증을 겪을 것이 자명하다. 그러므로 정서적 통일이 체제통일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북통일을 앞에 둔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일은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한시바삐 마련하는 것이라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음악에는 너와 내가 없고 국경이 있을 수 없으며, 이념이 다를 수 없다. 한민족의 가슴에 뜨거운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한편의 시처럼 영롱한 가사의 곡을 남북이 함께 만들고, 세계 각처에 있는 우리 민족들을 한자리에 모아 이 음악을 통해 민족이 하나 됨을 온 세계에 널리 퍼뜨릴 거대한 축제가 마련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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