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나무(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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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장자는 나무를 곧잘 사람에 비유하곤 했다. 그래서 그의 글속에는 나무에 관한 것이 많다. 「인간세편」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송나라 형씨라는 땅에는 가래나무·잣나무·뽕나무가 잘 되었다. 그 가운데서 둘레가 서너뼘정도 되는 나무는 원숭이 매는 말뚝감으로 잘려나가고,서너아름 되는 나무는 큰 벼슬집 기둥감으로 잘려나가고,일여덟 아름되는 나무는 귀인이나 부상들의 널(관)감으로 잘려나갔다. 그래서 그 나무들은 타고난 목숨을 다하지 못하고 도끼날에 꺾이게 되었으니 바로 쓸모있는 재목의 환이다.
그러나 제나라 땅의 역수는 늪을 가릴 정도로 커 구경꾼들이 줄을 이었지만 정작 장인의 눈으로 보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나무였다. 인재는 자라지 못하는데 쓰잘데 없는 인물들은 무성하게 자라 위세를 떨치는 당시의 세태를 풍자한 글이다.
나무의 덕성을 칭송한 영문학자 이양하씨의 수필 『나무』는 언제 읽어도 명문이다.
『나무는 덕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말하지 아니한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스스로 족하고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족한다. 나무는 고독하다. 나무는 모든 고독을 안다.』
그래서 그는 죽어 나무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제16회 「육림주간」을 맞아 서울대 임산학관련 교수와 학생 1백50여명은 지난 6일 안양수목원에서 이채로운 「생명의 나무」 명명식을 가졌다. 이 행사는 지난 6월 브라질 리우환경회의에서 「나무는 오염된 대기를 정화시켜 인간의 쾌적한 삶을 지켜줄 가장 소중한 재산」이라는 취지로 세계 1백78개국 대표들이 벌였던 「생명을 위한 나무」 선언이후 개별국가로는 처음 실천에 옮겨진 행사라 더욱 뜻이 깊다.
이날 「생명의 나무」로 선정된 것은 4m높이의 30년생 아그배나무. 장미과의 낙엽소교목으로 한국과 일본에 분포하며 산지와 냇가에서 잘 자란다. 꽃과 열매가 아름답기 때문에 관상용으로도 사랑을 받으며 특히 생명력이 뛰어나 사과나무를 증식할때 대목으로 널리 쓰인다.
이런 행사를 계기로 모든 나무를 우리 생명의 보호자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확산되었으면 한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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