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발휘로 성차별 벽 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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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라는, 자신이 만든 모여성패션의 광고문안처럼「프로」의 삶을 가꿔온 한 여성이 최근『프로의 남녀는 차별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엮어내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 유수의 광고회사로 꼽히는 제일기획에서 6년간 일하고 현재는 그 계열사이며 한미합작광고대행사인 제일보젤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최인아씨(31).최씨는『프로의 남녀는…』을 통해 광고에 대해 마냥 어리둥절하기만 했던 새내기 광고인이 어떻게「쟁이」가 되어가는가를 대담하고 솔직한 문체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씨는 그의 회사에서 여성대리 제1호, 여성차장 제1호를 기록한 주인공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있다.
최씨는 책을 쓰게 된 동기를『카피라이터로서 늘「무명씨」로 자기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제한을 벗어나 9년간 카피라이터로 일해오며 가슴에 고인 얘기들을 털어놓고 싶었다』며『성공을 담자는 뜻보다는 사회생활을 앞둔 후배들에게 일한다는 것의 예비지식을 주고싶었다』고 설명했다.
『프로의 남녀는…에는 우선 프로가 아니면 못 견디는 광고인들의 긴장감 넘치는 일의 세계가 생생하게 그려진 것이 특징. 아이디어를 낳기 위해 산고를 치르는 카피라이터의 생활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어 광고계, 특히 카피라이터의 세계가 막연히「재미있고 화려한 것」만이 아님을 일러주고 있다.
하지만 최씨는 갈등과 고통에 주저앉기보다 일의 성취감을 한껏 누릴줄도 아는 프로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한때는 광고가 자신의 일이 아닌 것 같아 옆을 기웃거리기도 했고 선배의 매서운 충고에 자신의 능력을 회의하며 밤잠을 설치기도 한 그였지만 이제는 굳이 「최씨」를 고집하는 광고주가 있을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최씨는 또 남자들과 똑같이 일하겠다는 각오를 좌절시켰던 직장내의 차별적 대우에 대한 씁쓸한 기억도 낱낱이 더듬었다. 최씨는『최근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직장내 여성의 위상이 나아지는 추세이지만 전에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프로가 돼 능력으로 자기주장을 함으로써 차별을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까마득한 상사에게『여성의 평등한 능력과 각오를 입증할 기회를 달라』고 당돌하게 요구했던 최씨는 이제 후배들에게『때를 기다리되, 제풀에 지치지 않을 것을 충고한다.
『잠시 글을 쓰는외도(?)로 오히려 카피쓰는 일의 즐거움을 새삼 확인했다』는 최씨는『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광고를 만들고 싶은 욕심을 끝내 버리지는 못할 것 같다』며 웃었다. < 이은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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