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북 자금 2500만 달러 평양으로 이동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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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 있던 북한 자금 2500만 달러가 14일 마침내 BDA 창구를 떠났다. 2005년 9월 동결된 이후 1년9개월 만에 족쇄에서 풀려나 평양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관계기사 8면>

이에 따라 6자회담 당사국들이 올 2월 13일 타결한 '베이징 합의' 이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송금이 이뤄진 뒤에도 북한이 미국에 모든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핵시설 폐쇄 약속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탐팍웬 마카오 경제재정사장(재정경제부 장관 격)은 이날 기자를 만나 "BDA 계좌에 동결돼 있던 모든 북한 자금이 14일 오후 이 은행을 떠났다"고 말했다. BDA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자금은 먼저 마카오 금융감독국이 지정한 계좌로 이전된다.

금융감독국은 이 자금을 마카오의 포르투갈계 은행인 대서양(大西洋)은행으로 보낸다. 여기서 북한 돈은 전신환(TT)으로 바뀌어 미국의 뉴욕연방준비은행(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산하 12개 은행의 하나)으로 이체된다. 이 돈은 다시 러시아 중앙은행을 거쳐 러시아 극동상업은행에 있는 조선무역은행 명의의 북한 계좌로 최종 입금될 것으로 알려졌다. BDA 직원은 "이 같은 송금 절차를 위해 BDA는 이미 캐나다달러와 엔화 등 7개 통화로 예금된 북한 자금을 최근 모두 미국 달러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BDA 명의의 전신환은 어느 은행도 받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대서양은행 명의의 전신환으로 송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카오 금융 당국과 BDA는 지난달까지 수차례에 걸쳐 북한 측에 다양한 자금 인출 방법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 금융기관을 통한 송금만을 고집했다고 BDA 측은 전했다. 이에 대해 BDA 관계자는 "북한이 현금 인출이 가능한지를 시험해 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마카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북한이 마음만 먹었으면 벌써 자금을 몽땅 인출해 갈 수 있었다"며 "그러나 북한은 이번 기회를 통해 자국도 정상적인 국제 금융거래시스템 안에 있다는 것을 보장받으려 했다"고 분석했다.

마카오=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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