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잘돼 인기는 높아가지만…/전문대 교육여건 “속빈 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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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교수 1인당 학생수 중·고보다 많아/도서관책 “마을문고 수준”/재단전임금 6개교 “전무”… 15개교 5천원 이하
대졸 취업난 등으로 전문기술인력 양성기관인 전문대 진학을 노리는 수험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으나 이들 전문대 교육여건은 교육의 질적수준을 위협할 정도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정원의 43%에 불과한 교수확보율,평균 2만권 정도로 마을문고 수준인 도서관 장서 보유현황 등 4년제대학에 비해 크게 미흡한 교육여건에도 불구,교육당국·재단측은 개선책 마련에 소극적이어서 모처럼 일기 시작한 전문대 진학열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교수 부족=전국 1백26개 전문대의 전임교수는 모두 7천3백30명으로 법정정원의 43%에 불과하며 시간강사를 합해도 59.3% 밖에 되지 않아 일반 대학의 교수 확보율 70.5%(시간강사 제외)에 크게 떨어지고 있다.
교수 1명이 담당하는 학생수도 55명꼴로 일반대학 29.9명의 갑절이 되는데다 교사 1인당 담당학생수가 50명 미만인 중·고교보다 못해 대학이란 이름이 부끄러운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방 사립전문대가 더욱 심해 광주 서강전문대·전주 공업전문대·경북 전문대 등은 시간강사를 합해도 교수확보율이 40%선에 불과하다.
◇시설·재단지원 미흡=전문대의 총도서관 장서수는 2백59만4천6백63권으로 학교당 2만6백권꼴에 불과한 마을문고 수준이다.
학생 1인당 장서수도 6.5권꼴로 일반대학 24.9권꼴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으며 열람석도 전체 학생의 10.4%만 수용할 수 있는 등 학문연구를 위한 기본시설마저 돼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전국 1백13개 사립전문대중 6개교가 올들어 재단 전입금을 전혀 내지 않았으며 15개교는 5천원 이하를 냈다. 재단 전입금을 전체예산의 10% 이상 내도록한 대통령령을 지킨 학교는 16개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문대의 평균경쟁률은 3.17대 1로 지난해 2.9대 1에 비해 갈수록 문이 좁아지고 있다.
더욱이 93학년도는 대입수학능력시험 등 재수부담이 커 전문대 경쟁률은 4대 1을 넘어설 것으로 입시 관계자들은 전망하는 상태.
◇대책=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전서규사무처장은 『전문대의 열악한 교육환경은 빈약한 재정 때문』이라며 『현재 일반대학 등록금의 65%에 불과한 전문대 등록금의 현실화 및 학교에 대한 재단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사무처장은 특히 『최근 공업계대학에 대한 대폭적 증원과 재정지원이 이뤄지면서 전문대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지원 확대와 산학협동을 통한 교수인력 확보 및 실험실습시설 확충으로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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