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찾사가 지난달 말 '민주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90년대 중반 이후 사실상 와해됐다가 2004년 말 초기 멤버들을 중심으로 다시 뭉친 그들이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의 중년이 된 멤버들은 '그날이 오면' '광야에서' 등을 열창했다. 관객 대부분은 그때의 기억과 감격을 공유하고 있는 386세대였다.
이날 무대는 단순히 20년 전을 추억하는 공연이 아니었다. 이날 공연을 '그 후 20년, 그리고…'로 만든 것은 이날 처음 공개된 노찾사의 신곡이었다. "눈을 뜨면 가슴 철렁한 얘기뿐인 세상에서 용케 안녕하신 것처럼 보이네요…"(안녕하세요), "목 마른 땅에 쏟아붓는 포탄과 굶주림에 지친 아이의 눈. 너의 무관심은 평화롭고…."(젊은 그대)
'현실을 노래하며 우리의 삶을 통찰해 보자'는 노찾사의 취지가 2000년대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87년처럼 온 사회가 요동치는 격변기는 다시 오지 않을지 모른다. 노찾사가 군중 앞에서 '뜨겁게' 노래하는 순간도 다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노래로 참여하고, 감싸안아야 할 '현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현실은 80년대보다 더욱 복잡다단하다.
노찾사는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의미 있는 말을 했다. "사회의 아픈 곳이 있는 한 우리는 계속 노래할 것이다." 그들이 노래로 달래줘야 할 사회문제들을 환부로 표현한다면, 그 환부는 80년대만큼 깊지는 않더라도 더 넓고 복합적인 형태로 퍼져 있다.
'침묵은 일종의 책임방기'라는 반성을 통해 다시 돌아온 노찾사. 그들은 '웃찾사'에 더 친숙한 젊은 세대에게 사랑타령만이 대중음악의 전부는 아니며, 상업성만이 노래의 존재 이유는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줘야 한다. 신곡 '21세기가 되면 우리는 어디로 갈까'처럼 노찾사에겐 우리 시대의 혼돈을 헤쳐가는 가치와 좌표를 노래해야 할 책무가 있다.
정현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