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매수극 전모/이사장,지부장과 관계 나쁜 부지부장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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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말려든 부지부장이 다른 교섭위원들 포섭/검은돈 약속받은 6명 지부장 없는새 “서명”
「설마」했던 서울택시노조 교섭위원 매수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명색이 5만 택시기사의 대표로 임금협상에 나선 사람들이 사업자측과 결탁,본분을 내팽개쳤다는 사실에 노조원들의 분노와 동요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노동계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노사협상 과정에서 종종 빚어졌던 물밑 금품거래 관행이 청산되고 노사관계가 바로 설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조사에서 드러난 이번 매수극의 전모는 이렇다.
◇매수극=이광렬사업조합이사장의 구상으로 노조부지부장 문병원씨(35)가 매수극의 총대를 맨 것은 지난 7월말.
지부장 선거에서 현지부장 강승규씨(40)에게 진데다 강씨 지지세력과 평소 대립관계를 유지해온 문씨가 자연스레 발탁(?)된 것.
문씨는 교섭위원 8명중 강 지부장 등 강성인물 2명을 제외한 조환현씨(41) 등 6명과 8월초부터 갖은 접촉을 갖고 이들을 꾀는데 성공한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주로 호텔이나 사우나·룸살롱·갈비집 등지를 전전하며 이 이사장이 준 「용돈」으로 호화(?)로운 접촉을 계속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3천만원씩의 대가를 약속받은 교섭위원 6명은 8월말 사업주측의 정액사납금제 협상안에 군말 없이 도장을 찍고 9월8일 잠실교통회관에서의 14차교섭때 강 지부장의 공석을 틈타 공식적으로 협정을 마무리했다.
◇은폐기도=협정을 끝내고 예상되는 노조측의 반발을 피해 경기도 남양주의 호텔로 도피한 이들은 눈치를 채고 뒤쫓아간 50여명의 노조원들에 의해 여의도 노총회관에 감금됐다.
3일간의 감금상태에서 이들로부터 매수극 전말을 자백받은 강 지부장측은 이를 폭로한뒤 잇따른 파업 등 단체행동으로 맞섰고 풀려난 교섭위원들은 강씨 등의 고소로 경찰에 출두한뒤 『감금·폭행 등 강압에 의해 허위자백 했다』고 발뺌을 계속했다.
이 이사장은 이들에게 지급을 약속하며 한국투자신탁에 입금시킨 2억1천만원을 빼내 네차례에 걸쳐 신규계좌에 입금시켰다 빼내는이른바 「돈세탁」을 해 계좌 추적을 막았고 통장은 불태워버려 은폐를 노렸다.
이들은 경찰에 소환된 뒤에도 계속 매수사실을 부인하다 23일 오후 경찰이 투자신탁의 예금원장 일체를 찾아내 제시하자 비로소 범행을 털어놓았다.<이훈범기자>
◎택시노조매수사건 일지
▲7월16일=서울택시노사 1차 교섭회의
▲8월초=이광렬이사장,문병원부지부장에 교섭위원 매수지시
▲8월11일=이 이사장,교섭위원과 최초접촉
▲8월29일=교섭위원 6명 임금협정서에 사인,2억1천만원 임금통 장 건네받음
▲9월5일=교섭위원 6명 임금협정서에 날인
▲9월8일=14차교섭회의. 정액제 임금협정 체결. 교섭위원 6명 ,경기도 양수리 L호텔로 도피
▲9월9일=노조원 70여명,교섭위원 6명 여의도 노총회관에 감금
▲9월11일=매수사실 자백받고 교섭위원들 방면
▲9월19일=강승규지부장,이 이사장·김명수부이사장 고소
▲9월22일=서울택시노조,매수항의 1차 도심지 차량시위
▲9월25일=사업조합총회,10월1일부터 임금협정 적용결의
▲9월30일=노조,2차 차량시위
▲10월15일=전국 6대도시 연대파업 결의,광주에서만 강행
▲10월22일=노조,파업돌입
▲10월23일 파업 철회. 경찰,매수사실 확인. 이 이사장 등 관련자 3명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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