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대선출마/“정말인가” 정가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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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당측에선 돈줄·이미지에 기대 거는듯/“현대와 달라 대우손떼기 힘들 것” 시각도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연말 대선후보로 출마할 것인가. 그가 후보대열에 합류할 경우 대선구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김우중회장이 대선출마에 대비하고 있는듯한 흔적들이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중앙대 Y교수 등 학계인사들과 잇따라 접촉,출마여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주초에는 모언론사 간부와도 만나 반응을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내가 출마한다면 어떻겠느냐』고 노골적으로 의사를 밝혔으며 일부 인사들은 출마를 극구 만류했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와 함께 최근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대우조선의 주식을 처분하는 등 계열사를 정리하는 것 같은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대우측에서는 김회장의 주식매각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우자동차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즉 자신의 소유주식을 처분,출마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문은 회사사정을 알지 못하는 추측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대우측에서 최근 1백50여명의 엘리트사원을 차출,중국 등지에 특별연수를 시킨뒤 전국 각 지사에 파견한 것도 김 회장의 대선출마를 대비한 조치로 파악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우측은 『자동차 판매촉진을 위해 김 회장 스스로가 적극 나서고 있지 않느냐』며 『따라서 자동차 판촉강화를 위해 정예사원들을 지방에 파견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새한국당」(가칭) 관계자들은 김 회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신당의 자금확보를 위해서도 김 회장 카드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나 새정치표방과 재벌총수라는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당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종찬의원은 이와 관련,『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은 『최근 김 회장을 만난적이 없다』고 말하고 『김 회장이 정치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우리와 공감하고 있지만 정치일선에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철언의원 역시 김 회장의 후보추대에 부정적인 입장이며 앞으로의 신당진로와 관련해 국민당과의 연대문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박 의원은 『정치개혁을 위해 신당을 창당하고 있는데 김 회장을 후보로 추대한다면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한뒤 『김 회장이 후보로 나설경우 국민당과의 연대나 제휴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일 전의원도 『앞으로 공식 논의가 있겠지만 신당참여인사들 대부분이 김 회장의 후보추대문제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히고 『김 회장을 후보로 내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 회장과 자주 접촉해 왔던 이자헌·김용환·장경우의원 등은 이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강영훈 전총리가 후보수락을 완강히 고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회장도 후보대상에 포함시킬 생각을 갖고 있다. 더욱이 본격적인 대선전에 돌입할 경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도 김 회장 카드는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경우의원은 『신당창당이 시작되기전 개인적 차원에서 나름대로들 많은 인사와 물밑접촉을 해왔던게 사실이고 그같은 맥락에서 김 회장도 후보대상안에 포함돼 있음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 문제가 공식 거론되거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채문식창당준비위원장은 『23일 발기인대회가 끝난뒤 7명의 현역의원들과 만나 2∼3일내로 후보문제에 대한 의견을 조정하라고 했다』며 『이들간에 의견이 조정되는대로 후보영입을 적극 추진할 것이지만 후보가 젊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당관계자들중에선 김 회장의 후보추대엔 호의적이면서도 대우측 사정을 들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인사도 많다. 이들은 대우와 현대는 회사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즉 정주영명예회장 없는 현대는 회사경영이 가능하지만 김 회장 없는 대우는 상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우그룹의 경우 경영체제가 김 회장을 정점으로 사실상 1인조직인데다 경영상태도 어려워 김 회장이 대우에서 손을 뗄 수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같은 엇갈린 시각이 상존하고 있지만 결국 대선출마여부는 김 회장 스스로가 결정할 사항이어서 현재로서는 속단키 어렵다.
새한국당(가칭)에서도 후보문제를 둘러싼 갖가지 억측과 잡음을 막기위해 내주까지 후보를 가시화시킬 계획이어서 김 회장의 출마여부도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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