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타파에 여생 바칠 터"|아현 교회 담임목사직 은퇴|69세 김지길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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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87년 6.29 선언 전후 한국기독교교회 협의회(KNCC)회장을 맡으면서 재야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한 김지길 목사(69)가 오는 25일 28년간 봉직해온 아현 교회 담임목사직을 은퇴, 일선 목회활동에서 떠난다.
감리교 교칙에 따르면 만70세가 되는 94년 3월이 원래 은퇴일자이나 같이 일해온 이재호 부목사(68)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앞당겨 떠나는 것.
은퇴에 대해 김 목사는『나이를 먹으면 고집이 생기게 마련』이라면서『후진에게 빨리 자리를 터주는 게 좋다」고 담담히 밝힌다.
김 목사는 현재 민간사회운동단체인 지역감정 해소 국민운동 협의회 공동의장직과 함께 한국기독교 산업개발원 이사장 직을 맡고있어 교회를 떠나더라도 할일은 많다.
『한국의 망국병인 지역감정은 중증이에요. 남북통일보다 동서화합이 더 시급합니다.』김 목사는 대통령선거를 두 달 가량 앞둔 현재 시점에서 언제 또 이병이 도질지 불안하기 만하다.
지난 87년 대선 때 김영삼씨가 호남지역 유세를 포기하고 노태우 후보가 가는 곳마다 돌 세례를 받은 것이 기억에 새롭다면서 그는 이번에 또 그런 상태가 재현된다면 우리 역사는 영영 돌이키기 힘든 파국을 맞을 컷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지난 9월과 10월 대구와 광주에서 가진 국민운동협의회 주최의 두 차례 집회에서『지난번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국민의 양심에 기대를 건다고 했다.
영남과 호남간 지방색 대결로 심화된 지역감정에 대해 김 목사의 진단과 처방은 분명하다. 제 3공화국이후 정치가들이「의도적으로 조장해온 감이 크다」고 보는 그는 특정지역을 우대, 또는 차별해온 지금까지의 정부기관인사정책을 과감히 바꾸고 언론·교육기관이 지방색타파를 앞장서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87년 대선 때의 경험을 계기로 김 목사는 뒤늦게 감리교신학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 연구테마를「지역갈등해소에 대한 한국교회의 해소방안」으로 잡았다. 69세의 나이로 박사학위를 따낸 그의 조사·분석결과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의 지역감정도 일반 비 신도에 못지 않게 골이 깊다는 것이고 배우자·동업자·친구선택에 특정지역에 대한 편견·고정관념이 의외로 깊다는 결론이다.
이같이 심화된 지역감정해소를 위해 김 목사가 제시한 처방은 지역간 교류증대 인물등용 지역안배 ③정치지도자 세대교체 ④민주화 광주문제 해결 행정구역개편의 순 이다.
누구보다 신도들이 앞장서 대화합의 첨병이 되어야 우리민족의 살길이 열린다는 게 70평생을 살아온 그의 충고다.
25일 오후 3시 아현 교회에서 있을 은퇴식 에서는 그를 존경하는 후배·동학들이 펴낸 고희기념 논문집「한국 교회, 사회의 어제·오늘·내일」의 증정식도 있을 예정이다.
전북 익산출신인 김 목사는 재야활동으로 사귄 친구들이 각계에 두루 퍼져있어 5살 밑 부인과의 단출한 삶도 외롭지 않다. 슬하엔 그의 뒤를 이은 목사아들 2명을 포함해 4남 1녀가 있다. <방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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