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 넘은 토니상 '파격'에 춤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회갑을 넘긴 토니상도 결국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순 없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61회 토니상. 미국 공연계의 보수성을 대변해온 토니상도 이날만큼은 파격과 새로움의 용틀임을 수용해야 했다. 바로 10대의 성적 호기심을 다룬 뮤지컬 '사춘기'(Spring Awakening.사진(上))를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한 것. '사춘기'는 뮤지컬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 연출상(마이클 메이어).극본상(스티븐 새터).남우조연상(존 갤러거) 등 8개 부문을 휩쓸며 최다 수상작의 영광을 안았다(사진(下)).

'사춘기'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기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우선 형식면에선 콘서트에 가깝다.

무대 뒤편엔 라이브 밴드가 자리해 있다. 화려한 무대 변화가 특징인 브로드웨이 작품과 달리 단일 세트만으로 공연을 이끈다. 출연진들은 연기를 할땐 핀 마이크를 활용하지만 노래를 할땐 의상 안주머니에서 마이크를 뽑아든다. 음악도 얼터너티브록이 중심이다. 출연진은 물론, 코러스까지 등장해 쿵쾅거리며 무대를 뛰어다닐 땐 점잖게 차려입고 객석을 찾은 관객들도 함께 어깨춤을 출 수밖에 없다.

스토리는 더욱 충격적이다. 15세 남짓한 남녀 주인공들은 성에 대한 무지와 호기심을 교차하며 극단을 향해 치닫는다. 제도 교육에 대한 조롱과 욕설이 난무하는가 하면, 노골적인 성교 장면도 등장한다. 임신과 권총자살, 낙태 등 10대들의 어두운 방황으로 극은 점철된다.

따라서 이 작품이 지난해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을 거쳐 올 상반기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질 때만 해도 토니상에서 수상하리라 예상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조용신씨는 "브로드웨이는 언제나 세계 뮤지컬의 흐름을 이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이번 '사춘기'의 토니상 수상은 브로드웨이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뮤지컬의 문법을 거부할 수 없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토니상 연극 부문에선 19세기 러시아 지성인의 혼돈을 그린, 8시간30분짜리 대작 '유토피아의 해안'이 최우수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했다.

최민우 기자

◆토니상은='공연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며 1947년에 출범했다.1년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뮤지컬.연극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 극장 기구(American Theater Wing)와 미국 극장.프로듀서 연합회(The League of American Theaters and Producers)가 공동 주최한다. 15명의 후보 선정위원회에 의해 최종 후보가 선발된 뒤, 극장 관계자.스태프.프로듀서.기자 등 780여명으로 구성된 투표인단에 의해 최종 수상자가 결정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