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식 車번호판 놓고 옥신각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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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번호판이 카메라에 안 찍히면 어떻게 단속하란 말인가." "정 그렇다면 뒤쪽만 바꿀 테니 앞쪽을 찍어라."

자동차 번호판을 두고 건설교통부와 경찰이 수개월째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반사식 번호판 도입을 두고서다.

건교부는 지난 9월 추돌사고 위험을 줄이고 야간에 번호 식별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빛을 반사하는 재질의 새 번호판을 2천여대의 차량에 시범적으로 부착했다. 그런데 경찰은 이 번호판이 적외선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곧바로 지난 10월 건교부에 반사식 번호판 철회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5백억원대 예산으로 마련한 2천여대의 무인 단속카메라가 무용지물이 될 판이고, 과속 등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다.

그러자 건교부는 뒤쪽 번호판만 반사식으로 바꾸고 단속카메라가 주로 찍는 앞 번호판은 그대로 두겠다고 수정 제안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앞이나 뒤나 카메라에 안 찍히는 번호판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공문을 두차례나 보냈다.

최근에는 경찰청 간부가 건교부를 방문, '절대 불가'방침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자동차관리과 관계자는 "1999년에 반사식 번호판 도입을 결정한 상태여서 그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청 교통안전담당관실 관계자는 "적외선 카메라에 찍히는 반사식 번호판이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건교부가 왜 안 찍히는 것을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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