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밖] 비틀면 팔린다 ? … 비교광고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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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국제전화 001(KT) TV광고(사진)를 자세히 봤다면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음직하다. 휴대전화를 들고 누워있는 조인성이 옆에 누워있는 남자에게 굴러가 "너 001이지?"라고 묻는다. 남자가 아니라고 하자, 조인성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원래 파트너인 고릴라에게 굴러간다. 여기까지는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KTF광고(조인성 대신 여자모델이 등장해 "너 KTF지?"라고 물어본다)를 패러디한 것으로 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남자가 가수 싸이를 무척 많이 닮았다는 것.

싸이는 차범근 감독과 함께 경쟁사인 00700(SK텔링크)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결국 싸이를 닮은 모델을 광고에 등장시켜, 은근히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비교광고 전략이다. 001 광고의 '패션쇼'편에서는 "차 감독(차범근 감독) 머리 좀 아프겠어요"란 코멘트를 넣기도 했다.

가수 아이비가 출연하는 '부드러운 L녹차'의 광고는 더 노골적이다. "물도 함부로 안 마신다던 그 앨, 타고난 몸매는 아니라던 그 앨, 날씬해서 걸릴 게 없다던 그 앨, 그 앨 이기기 위해 그 앨 마셔버렸다"는 카피는 경쟁 음료 '17차'의 모델인 전지현의 광고 속 모습을 직접적으로 비꼰 것이다. 차세대 이동통신인 KTF '쇼'의 광고 캠페인에 맞서 경쟁사 SKT는 '쇼는 싫다'는 광고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번호이동성이 도입됐을 때 LG텔레콤은 SKT의 대표모델이었던 한석규를 영입했다. '새로 만난 세상'에 만족해 하는 한석규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비교광고가 무르익고 있다. 비교광고는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돼 있는 경쟁사 광고에 업혀가는 효과가 있다. 지나친 비방과 중상이 아니라면, 제도적으로도 허용된다. 경쟁 개그프로인 '웃찾사'와 '개콘'이 서로 유행어를 패러디하는 것처럼, 비교광고는 이제 당당한 문화코드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시청자들도 그 안에서 '비틀기'의 재미를 만끽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교광고에 정작 광고주들은 피가 마를지 모르지만.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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