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정권 말기 누수현상 심각/일손 놓은 백악관 참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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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재선희박”… 다른 직장 기웃기웃/행정부 각기관서도 몸조심 풍조
미 대통령선거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는데 따라 백악관은 이미 사실상의 업무중단 상태로 접어들었고 행정부의 각 기관도 새 정부가 들어설 것에 대비,몸조심하는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백악관의 주인이 바뀔 경우 소위 정치적 임명직에 해당하는 3천여명이 자리바꿈을 하는데 정치적 임명직이 가장 많이 모인 백악관의 경우 선거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는 핵심참모를 제외한 제2선,제3선의 참모들은 지금 구직을 위한 인터뷰를 공공연히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미 보수주의를 대변하고 있는 헤리티지재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시 행정부에서 요직을 지내고 있는 인물들로부터 연구소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느냐는 전화를 수없이 받고 있다고 털어놓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만일 재선될 경우 새로운 진용으로 일을 하겠다는 의지로 제임스 베이커비서실장에게 장관 및 백악관 주요참모에 대해 사표를 받아놓도록 지시한바 있으나 새로운 인선을 위한 모임은 단 한차례도 갖지 못하고 있다. 또 연방의 각 기관은 정권교체에 관계없이 내년 1월 의회에 제출할 예산안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데 현재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만 동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기관 또한 정권교체에 대비,소위 발빼기 작전을 드러내놓고 벌여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범죄수사국(FBI)·중앙정보국(CIA)은 걸프전 직전 이라크에 대해 차관을 제공한 문제에 대한 연방조사에서 서로 타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추태를 벌였다.
문제의 핵심은 이라크에 55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한 것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법무부와 CIA가 서로 이 문제를 잘못 다루어싸고 비판한 것이다.
이같은 싸움은 마치 리처드 닉슨이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위기에 몰리자 혹시 자신에게도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앞다투어 떠나갔던 닉슨참모들을 연상케 만든다고 한탄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닉슨때는 개인참모가 떠났지만 지금은 거대한 행정기관들이 선거결과를 의식,미리 손을 떼고 있다는 점이다.
균열은 부시측근 진용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시의 핵심경제참모인 리처드 다먼 예산국장은 부시가 『이번에는 진짜 더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약하고 있는 것에 대해 『참으로 바보같은 약속』이라고 공공연하게 비판하고 있다.
부시의 인사권도 먹히지 않고 있다.
미 재향군인회는 백악관의 로비에도 불구,더윈스키 재향군인회장 지명자의 인준을 거부했다.
선거도 하기전에 부시는 벌써 권좌에서 내려온 것과 다름없는 대접을 받고있는 딱한 처지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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