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시화집」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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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컴퓨터 시화 집이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컴퓨터연구가이자 아마추어 시인인 장병철씨(40)는 최근 기존의 인쇄매체 시집에 플로피디스켓 1장이 내장된 컴퓨터 시화집 『바람이 불면』(진립출판사간)을 펴냈다.
시집책자에는 장씨의 자작시 42편이 실렸고 3백60킬로바이트 디스켓에는 이중 20편이 들어있다.
한글·한자가 차지하는 영역이 2바이트이므로 3백60킬로바이트에는 순수하게 한글만 수록한 경우 18만 자가 들어가나 움직이는 그림이나 배경음악 정보를 집어넣으면 시 20편으로 용량이 다한다.
이 디스켓을 컴퓨터 드라이브에 넣으면 시집표지 화면과 목차가 순차적으로 나온다. 목차에서 화면의 지시에 따라 키를 누르면 읽고싶은 시화가 나온다.
『춤추는 십자가』를 찾으면 『…/밤이 되면/세상 이곳 저곳에서/네온 십자가가 빛나고 있습니다/이 빛은 너무 아름다워/제 빛만이 님의 빛이라며/다른 네온사인 십자가를/가짜라고 외치고 있습니다./…』라는 시 전문과 함께 그림이 나타난다. 교회 십자가들이 늘어선 그림에서 네온십자가들은 반짝반짝 빛나면서 흔들리는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돼 시의 의미를 좀더 강렬하게 뒷받침한다.
애니메이션 기법뿐 아니라 색색의 변화로 시행을 따라 읽게 하는 방법, 시에 어울리는 배경음악 등으로 독자들을 친근하게 컴퓨터화면에 빨려들게 하면서 시적 효과를 높이고있다.
장씨는 2백만대 이상이 보급된 컴퓨터에 시를 심어 시를 보급하기 위해 이 시화프로그래밍에 2년여를 골몰했다한다.
보통 시집크기의 책자로 가격은 4천원.
그러나 장씨는 앞으로 책자는 없애고 디스켓만에 한국의 명시 50편 정도와 그림을 실어2천원 정도의 「단행본」으로 계속 출판할 계획이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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