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수도권의 '오지' 양평군 단월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양평군 단월면은 서울에서 80여k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수도권내 벽촌'이다. 신순철 면사무소 총무계장은 "경기도와 강원도 틈바구니에 낀 진짜 산촌마을"이라고 소개했다. 면적의 9할이 험준한 산악지대다. 주민 3천1백여명.

중심가는 단월면사무소 주변이지만 약국조차 없다. 정식 약사가 없어 진통제나 감기약 정도만 파는 '약방'이 유일한 의료기관이다.

17개리에 흩어져 사는 가구들의 연간 평균소득은 1천5백만원 안팎. 상수원 보호권역으로 묶여 있어 변변한 공장 하나 세우기도 힘들다. 재정 자립도가 군내 최저 수준인 15%대를 밑돈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이들 상당수는 고향을 등졌다. 65세 이상의 노령 인구가 20%를 넘는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2년 전 홍천으로 가는 마을 부근 6번 국도가 고속도로처럼 넓게 뚫렸기 때문이다. 서울이 가까워지면서 펜션이나 별장 같은 외지인들의 건물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면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인 대명 비발디파크 스키장을 활용해 마을 경제의 숨통을 터보려는 시도도 있다. 이미 서너 가구가 스키철 민박을 위해 집을 고쳤다. 단월에서 유일하게 스키용품 대여점을 차린 조병내(39)씨는 "문 연지 며칠밖에 안됐지만 입소문만 잘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스키장 때문에 괜히 '바람'만 들어갈까봐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얼마전 단월초교에서 겨울방학 스키학교를 열고 학생들을 모았는데, 불과 대여섯명만 신청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스키는 돈드는 운동이라며 학부모들이 몸을 사린 탓"이라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