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구조 바로잡기/수매·방출제도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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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양곡유통위 추곡수매안 건의 배경/정부미값 현실화로 농민 출하가 지지/정부 적자줄고 농가도 이득 “일석이조”/쌀값 18% 계절진폭 허용하면 시장기능 회복
양곡유통위원회의 17일 건의는 의례적인 쌀 수매값 인상논의만으로는 왜곡되어 있는 쌀값구조를 바로잡을 수 없으므로 정부미 수매·방출제도에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촉구를 한데 특징이 있다.
농민 생산량의 20%만 소화하는 정부수매 쌀값만 올리는데 열중하는 것은 부작용을 가져오므로 농민들이 시장에 내다 파는 물량(생산량의 60%)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게 하는게 합리적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물가억제만을 의식해 너무 낮게 책정돼온 것으로 평가되는 정부미 방출가를 현실화(10∼15% 인상)해 농민의 시장출하 물량에 대해 가격을 지지하는 방식이 농민의 실질소득 향상에 도움이 되고 정부재정적자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의 쌀값은 실제로 왜곡구조를 안고 있다. 추곡수매철이 되면 농민들은 목청을 높여 비교적 괜찮은 값(시중가 보다 80㎏ 가마당 2만원 웃돎)에 생산량의 20%를 정부에 판다. 그러나 종자와 자가소비용을 제외하고 더 내다 팔아야 할 60%의 물량은 시중 쌀값을 억제하는 용도의 정부미 방출,정책탓으로 양곡상들이 구매를 회피,판로가 없어 헐값에 내놓고 만다.
이는 정부 수매압력 확대를 가져오고,많은 재고미를 안은 정부는 관리비,수매자금 이자로 지난해만도 1조5백억원의 재정적자를 내 울상이다. 결국 농민·정부 양쪽 모두 피해를 보는 것이다.
정부미 방출값을 현실화하면 적자폭도 줄일 수 있다는게 위원회의 지적이다. 가령 수매값을 7% 올리고 방출가는 현행대로 하면 재정적자가 4천9백여억원 생기지만 방출가를 15% 올린다면 적자는 2천5백억원에 그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정부미 방출을 탄력적으로 해 시중 쌀값에 몇년전처럼 연간 18% 정도의 계절진폭이 있게 허용하면 민간시장기능이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다.
농민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게되면 양질미 생산이 촉진돼 소비자에게도 득이 된다는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유통위는 정부쌀 방출가 인상이 수매가 인상보다 2.5배의 농가소득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문제는 물가당국이 방출가 인상을 어느정도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데 있다.
위원회는 방출가를 10% 올릴때 물가에는 0.4∼0.5%의 영향을 주는데 그치므로 소비자들이 수용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경제기획원이나 소비자단체는 일단 거부반응을 보일 수 있다. 현재 도시가정의 가계비중 쌀 구입비는 4.6%다. 한편 위원회의 수매안은 값에 있어서는 지난해안(9.5∼10.5% 인상)보다 낮은 것이나 수매량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어서 올해 수확량이 79만섬 준 것을 감안하면 농민 요구에 따라 수매량 확대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위원회가 수매가와 시중 쌀값의 격차를 줄이자고 하면서도 값 7∼9%인상을 건의한 것은 너무 높다는 반응이어서 정부안이 주목된다. 농림수산부는 위원회의 제도개선 건의는 존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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