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낮춰보기」 지금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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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북한에는 서양 마네킹이 있을까-없다』『북한의 최고인기학과는-종교학과』,『평양에서 여자들이 국방색·검정색 바지를 못 입는 이유는-도시미관 때문』
북한의 생활상을 담은 필름을 보면서 퀴즈를 풀어보는 MBC-TV 『유쾌한 스튜디오』의 「북한 24시」코너는 북한사회를 지나치게 희화해 흥미유발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전체상을 전달하는데는 실패하고 있다.
물론 퀴즈로서의 특성상 적절한 난이도와 재미를 유지하려면 문항의 대부분이 우리 상식과는 다른 가장 이질화된 북한의 단면들을 다룰 수밖에 없을 것임은 이해한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문항들은 웃음을 자아내기엔 충분히 기발하지만 하나같이 남북의 이질화된 모습을 강조하는 내용들이다.
진행자들의 대사도 문제다. 『북한에도 유행이 있습니까-거기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북한에서 누가 나온다고 「와아」하고 이렇게 자유롭게 환호하고 합니까--꿈에도 생각 못하죠』
거의가 이런 식이다. 북한의 낙후성·폐쇄성·통제성을 강조하는 말 사이사이에는 거북스러운 비아냥거림마저 깔려있다.
거기에다 이런 식의 말이 북한에서 귀순한 김용씨의 「검증」을 받는다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북한을 직접 체험한 그가 들려주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시청자들은 으레 의심할 바 없는「북한의 전모」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부의 남북한 공동국어사전 발간 등 많은 정책들이 통일 후를 고려해 수립되고 있는 요즘이다.「북한24시」코너의 「북한 낯설게 하기」는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는데 기여한다는 평가보다는 북한을「이상한 나라」로만 비추는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겠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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