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투자의 달인 데이비드 드러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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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23면

뛰어난 투자가들 중에는 심리학에 조예가 깊은 이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인 찰리 멍거와 트위드 브라운의 크리스토퍼 브라운, 그리고 월가 최고의 애널리스트로 인정받는 레그 메이슨의 마이클 모바신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심리학적 통찰력을 가진 투자가를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역발상 투자의 귀재인 데이비드 드러먼이다. 투자회사인 드러먼 밸류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인 드러먼은 자신의 투자철학을 ‘역발상 투자(Contrarian Investing)’와 ‘행태 재무학(Behavioral Finance)’이라고 설명한다.

대중이 몰리는 길은 가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요트에 ‘역발상’이란 이름을 붙일 정도로 군중이 몰려가는 길은 철저히 피하는 스타일이다. 1999년에 닷컴 열풍이 불어닥칠 때도 정보기술(IT)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드러먼을 보고 ‘새로운 차로 갈아타기를 거부하는 공룡’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드러먼은 오히려 그 표현을 즐길 정도로 자신의 고집을 지켰다.

드러먼은 시장의 유행에서 비켜나 인기가 떨어져 가격이 싸진 주식을 선호한다. 그 때문에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가격에 대비해 현금흐름 비율이 좋은 주식을 매입해 장기간 보유하는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그는 70년대 이후 경제학계에 새로 등장한 행태 재무학을 자신의 투자철학으로 받아들였다. 행태 재무학은 경제학과 심리학이 결합된 학문으로 기존 경제학 이론과 달리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부정한다. 각종 심리적 편향 때문에 때때로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드러먼은 “행태 재무학은 투자자가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왜 하는지에 대해 그 어떤 경제학 이론보다 명료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는 행태 재무학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고 ‘심리학과 금융시장 저널’의 공동 편집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발상과 행태 재무학을 결합한 드러먼의 투자 성과는 어느 정도일까. 드러먼 밸류 매니지먼트는 대형주 가치 펀드와 소형주 가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두 펀드의 과거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12.0%, 14.8%로 대형주 지수인 S&P 500과 소형주 지수인 러셀 2000을 3.6%포인트와 3.9%포인트씩 능가했다.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드러먼의 성과는 잘 보여준다. 남들의 심리와 행동을 파악한 이유는 그들과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서였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lsggg@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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