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왜 직접 의혹 해명 나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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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7일 기자회견 방침은 6일 밤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당초 캠프를 이끌고 있는 박희태 선대위원장이 회견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 선대위원장과 이 전 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 이재오 최고위원 등 캠프 내 핵심 인사들이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계획이 바뀌었다. "이 전 시장이 직접 나서 의혹 확산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였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이 즉각 이를 수용한 것도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이 확산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만큼 이 전 시장 역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는 얘기다.

오전 9시30분 열린 회견에서 이 전 시장은 어느 때보다 강경했다.

특히 친인척 명의로 땅을 은닉했다는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선 "단 한 평도 숨기지 않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관련 의혹들을 제기해온 박근혜 전 대표 측을 겨냥할 때는 "김대업 식 폭로"라는 표현도 썼다.

이 전 시장은 "나는 화합하고 단합하기 위해 오랫동안 인내해 왔다. 아무리 정치라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 캠프 내 한 인사는 "이 전 시장의 발언은 '나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뜻"이라며 "이 전 시장이 서둘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앞으로 제기되는 재산 관련 허위.비방에 대해선 캠프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진수희 대변인도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 캠프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캠프 내에선 "우리도 정수장학회 문제 등 박 전 대표와 관련된 의혹들을 강력하게 제기하자"고 주장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의 반발 강도가 높아진다면 빅2가 전면전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기자회견 뒤 캠프를 떠나는 이 전 시장에게 몇 마디 더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표시는 편집자 주)

-형(상은씨)과 처남(김재정씨)이 운영하는 다스(현대차 시트 납품업체)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는데.

"잘못 알려진 것이다. 사람들이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이 전 시장 측은 "다스는 BBK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BBK가 운영하는 펀드에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

-이번 기회에 친인척 명의 재산까지 전부 공개해 오해를 풀 생각은 없나.

"그건 (친인척들에 대한) 인권침해 아닌가(웃음)."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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