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악몽" 독수리 "비틀"|9회 "불길"한 투수교체 김영덕 감독 울고 싶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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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전=권오중·장훈 기자】롯데가 빙그레를 3-2로 따돌리고 92프로야구한국시리즈에서 2연승을 기록, 정상등극에 바싹 다가섰다. 롯데는 윤형배의 혼신의 역투와 9회초 5안타를 몰아치며 승리를 낚아 지난84년 우승이후 8년만에 정상탈환을 위한 바쁜 행보를 옮기기 시작했다.
롯데는 8회까지 빙그레선발 정민철의 체인지업에 말려 2안타의 빈공으로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으나 9회초 바뀐 송진우를 상대로 4연속안타로 팽팽하게 진행됐던 영의 행진을 마감하고 1점을 얻고 송을 강판시켰다.
사기가 오른 롯데는 빙그레 3번째 투수 한용덕으로부터 7번 공필성의 내야안타와 8번 박계원이 4구를 골라 밀어내기로 결승점을 얻었다.
빙그레는 9회말 2사l, 2루에서 7번 대타 진상봉의 2타점 적시타로 따라붙었으나 대세를 뒤엎지는 못했다.
이날 승패의 갈림길은 9회초. 빙그레 김영덕 감독은 돌연 잘 던지던 정민철을 송진우로 바꾸면서 결국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감독의 자리란 언제나 고독하기 이를때 없다. 「잘하면 선수탓, 못하면 감독탓」이란 말처럼 감독들은 항상 초조하다.
김영덕 감독은 「한국시리즈 공포증」이 있다. 지난82년 OB를 원년우승시킨 김 감독은 84년 삼성감독시절 져주기 게임으로 만만한 롯데를 파트너로 정하다 3승4패로 패권을 넘기면서 팀을 바꿔가며 무려 5번씩이나 한국시리즈등정을 노렸으나 번번이 물러나고 말았다.
6번째 도전인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어이없이 놓친 김 감독은 8회까지 2안타 무실점으로 호두하던 정민철을 빼고1차전에서 난조를 보인 송진우를 투입하는 결정적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김 감독은 1백40㎞의 속구를 던지던 정이 8회 들어 구위가 1백35㎞이하로 떨어지자 투수교체시기라 판단하고 다승과 구원부문타이틀 석권자인 송을 기용했다. 1차전 패배로 코너에 몰린 김 감독은 영의 행진이 계속되자 초조한 나머지 롯데선수들에게 단 한차례 밖에 2루진루 (8회)를 허용치 않은 정을 빼버린 것이다. 김 감독은 죄타자가 포진한 롯데를 상대로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하다」는 이론에 얽매여 송을 내보낸 것이다.
김 감독은 9회초만 넘기면 다음공격 때 3번 장종훈부터 공격이 시작되기 때문에 송이 1이닝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오판을 한 것이다.
비록 장종훈이 9회말 김 감독의 예상대로 좌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열었지만 이미 3점을 헌상해 승부는 결정난 상태였다. 결국 김 감독은 제 꾀에 스스로 넘어간 조조꼴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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