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옥미주·인천 칠선주·용인 부의주·수원 계명주-전통 민속술 옛맛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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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소주·맥주·양주 등에 시장을 뺏겨 맥마저 끊겨가던 전통민속주가 최근 수도권 일대의 기능보유자들에 의해 빚어져 옛맛이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인천 지역에서 옛맛을 재현하는데 성공, 현재 시판중이거나 준비중인 전통민속주는 안양의 옥미주, 인천의 칠선주, 용인민속촌의 부의주, 수원의 계명주, 흑주, 백세주, 김포의 별주 등….
이중 각종 한약재와 청정곡식을 원료로 빚어 약효까지 있는 것으로 문헌 등에 소개돼온 옥미주·칠선주·계명주·부의주등 네가지 술은 교통부·문화부장관의 추천으로 정식 민속주허가를 받아 선보이고있는 명주들이다.
「여름철 황혼에 술을 빚어 새벽닭이 울면 마신다」는 계명주는 최옥근씨(여·수원시 인계동)가 6·25당시 월남한 시어머니로부터 주조방법을 전수받고 각종 문헌을 토대로 완벽한 옛맛을 재현하는데 성공, 경기도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방아 올12월말까지 시설조건부허가를 얻어 시판할 예정. 이북에서 흔히 엿탁주로 불렸던 계명주는 엿기름·수수·솔잎 등의 원료를 죽처럼 끓여 8일간 발효시켜 만들며 달짝지근한 맛에 은은한 향기가 감도는 전통주.
지난 90년3월 안양시안양2동 안양유원지 입구에 기능보유자 임송죽씨(53·여)가 옥미주시음장을 개설하면서 시중에 알려지기 시작한 옥미주는 잘 여문 옥수수와 현미·엿기름·고구마등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향과 감칠맛이 일품인 명주.
남평문씨 가문의 맏며느리에게 전수돼온 옥미주는 만취해도 머리가 아프지 않고 뒤끝이 깨끗하며 피부미용과 동맥경화 예방에 효능이 있는 약술로 알려져 91년에는 월평균 1천병씩 판매됐으며 올해에는 월평균 2천병 정도씩 팔리고 있다.
지난90년12월부터 인천시를 중심으로 시판되기 시작한 칠선주는 술빛깔 가운데 으뜸인 담황색을 띠고 있으며 부드럽고 그윽한 향기가 일품인 보양주. 대부분의 민속주들은 대대로 전수된 양조비법을 통해 빚어지고 있으나 칠선주는 이와 달리 제조기능보유자 이종희씨(49)가 각종 문헌 등을 조사해 잊혀졌던 제조방법을 찾아냈다는데 의미가 크다. 그러나 민속주제조업자들은 꾸준한 판매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작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생산체계의 한계와 자본의 영세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옥미주 기능보유자인 임송죽씨는 『대량생산체제를 갖출 수 없는데다 정부가 화학주와 동일한 1백64%의 주세를 부과하는 바람에 민속주 보급에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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