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의 세균|최상묵<서울치과병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작은 귤 하나 넣으면 꽉 차버릴 정도의 공간을 가진 입(구강)이지만 소우주의 신비가 있다. 우리들의 입 속에 서울 인구 숫자에 버금가는 세균이 득실거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공포스런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다행히 그 세균들은 대부분 우리 인체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무해한 세균들로 구성돼있으나 상태에 따라 유해한 세균이 많아지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입 속에는 세균이 살기에 적당한 온도·습도가 마련돼 있고 적당한 산소가 공급된다. 또 산성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입 속은 마치 세균이 가장 살기 좋은 에덴동산과도 같은 곳이다. 거기에다 세균은 치아 면의 작은 함몰 부위, 치아·잇몸 사이 작게 벌어진 곳의 보호된 지역에 피난처를 마련해 그 곳이 세균의 온상이 된다.
입 속의 세균이 당분·타액·음식물 찌꺼기 등과 엉겨 치아표면·잇몸에 얇은 막을 만들어 끈끈하게 붙어 있는 것을 플라크(세균막)라고 한다. 이 플라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막이며 며칠 닦아내지 않아 쌓이게 되면 석회로 변해 치석이 된다.
충치·잇몸병 같은 것들도 모두 입안세균의 역할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아침·저녁 이닦기를 열심히 해야 하는 까닭도 바로 이 플라크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제거해주느냐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할수 있다. 다시 말해 이 닦기는 바로 입 속의 세균(플라크)을 물리적으로 닦아내는 일을 말한다.
설탕(당분)이 치아에 해롭다는 속설을 익히 알고 있는데, 설탕이 치아를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치아를 상하게 하는 세균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영양분)가 당분이기 때문에 세균에게 먹이를 제공해 주는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설탕을 적게 먹자는 뜻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우리들의 입 속엔 숙명적으로 세균들이 살고 있게 마련이다. 그 세균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세균 숫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착안할 수밖에 없다. 입 속의 세균을 없애기 위해 매일같이 입 속에 항생제를 뿌리거나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입 속이 세균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깨끗한 구강위생 상태를 유지해 주는 일 뿐이다. 그대표적인 것이「합리적인 이닦기」란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최상묵><서울대치과병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