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근로자 이란인들은 마약 밀매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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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질삼아 붙잡힌 동료들과 “교환” 요구/현지 경찰 석방교섭 고심
지난달 21일 이란의 반다르압바스 철도공사 현장에서 (주)대우소속 한국인 근로자 김선웅씨(50) 등 4명을 납치한 이란인 무장괴한들은 파키스탄·이란사이의 국경지대에서 마약을 밀매하는 국제마약조직원들로 한국인 근로자들을 인질로 삼아 이란 경찰당국에 붙잡힌 동료조직원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8일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이란 현지로 급파돼 이란 외무부·경찰 관계자들과 만나 피랍 근로자들의 석방 교섭을 벌인뒤 7일 귀국한 (주)대우 김준성회장 일행이 이란경찰로부터 통보받은 내용을 관계당국에 보고함으로써 확인됐다.
한국인 근로자들의 피랍이 당초 알려졌던 것처럼 몸값을 노린 단순범행이 아니라 국제마약조직이 경찰에 붙잡힌 동료 마약조직원들과의 교환·석방을 위한 「인질용」임이 확인됨에 따라 피랍 근로자들의 석방 교섭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김 회장 등 대책반은 2일 이란 현지에 도착,이란 외무부차관·경찰 최고책임자와 만났으며 이들로부터 『범인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마약밀매를 하는 국제마약조직원들로 현재 납치현장에서 1백80㎞쯤 떨어진 산속에 머무르며 구속된 동료들의 석방과 자신들의 신변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란 경찰당국은 또 『범인들의 정확한 은신 위치를 확인했으며 퇴로를 완전 차단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어 머지않아 한국인 근로자들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란경찰은 지금까지 『납치극은 몸값을 노린 인근 불량배들의 단순범행』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석방이 계속 지연되고 범인들로부터 몸값 요구가 없는 점을 들어 대우측이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자 김 회장 등에게 이같은 사실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대우의 한국인 근로자 4명은 지난달 21일 이란 남부 반다르압바스시 철도공사 현장에서 무장괴한 7∼8명에게 납치됐으며 이 과정에서 이란인 1명이 범인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지고 한국인 근로자 1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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