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박회장 사퇴 큰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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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직원 등 천여명 「번의요구」 가두행진/철강업계도 동참… 본인은 사의불변
박태준포항제철회장의 사퇴가 포철은 물론 철강업계에도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포철의 임원급 48명과 부장급 1백41명 등 1백89명의 간부들은 6일 사퇴번의 결의서를 박 회장에게 전달했으며 임원들은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포항에서는 포철직원과 부인 등 1천여명이 6일 오후 포항시민운동장에서 본사까지 2㎞의 가두행진을 벌이며 박 회장의 사퇴번의를 촉구한데 이어 광양에서도 2천5백명이 시위를 벌였다.
또 7일 오전 포항·광양의 직원 50여명이 상경,박 회장 자택앞에서 사퇴번의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였다.
한편 6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국 오금광산출구총공사 개소식에서 일부 철강업계 인사들이 박 회장의 사퇴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의견을 냈으나 철강협회가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7일 오전 이운형부산파이프사장을 중심으로 호텔신라에서 모임을 갖고 박 회장에게 사퇴철회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날 모임에는 고려제강·연합철강·동부제강 등 국내 철강업계의 회장 또는 사장 등 1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박 회장은 6일 포철의 경영진이 자택을 방문,번의를 촉구한데 대해 『직원들의 충정은 이해하겠지만 사람이란 때가 오며 진퇴를 명확히 해야하는 것이며,앞으로 본인이 없더라도 조업차질이나 직원들의 동요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사퇴의사를 번의치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을 만나고 돌아온 한 측근인사는 『박 회장의 평소 성격으로 미뤄볼때 번의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명예회장직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 회장은 사퇴의사를 밝히기전 가족들과 협의를 거쳤으며 특히 박 회장의 부인은 「이제 우리를 편히 놓아달라」고 말해 더이상 어찌할 수 없음을 느꼈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이번에 사퇴를 결행한 것은 광양4기의 준공을 계기로 명예롭게 물러나려는 생각에서 비롯됐으나 포철의 후계체제를 확고하게 구축,내부승진의 전통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자신이 24년간 키워온 포철을 정치권의 입김에서 보호하려는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고있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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