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불질러 14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30대가 “신도 아내 내놔라”… 26명 중경상/원주 「여호와의 증인」 예배중… 교리따라 수혈거부 숨지기도
【원주=이찬호기자】 4일 오후 2시30분쯤 강원도 원주시 우산동 74의 8 상가건물 2층에 있는 기독교 여호와의 증인 교회인 「왕국회관」 예배실에서 원언식씨(35·원주시 태장2동 광의아파트 102동 503호·대한지적공사 원주출장소 지적기사 9급)가 술에 취해 이 교회 신도인 부인 신성숙씨(32)를 내놓으라고 소란을 피우다 출입구에 휘발유 10ℓ를 붓고 라이터로 불을 질러 예배중이던 신도 90여명 가운데 정태용씨(53·원주시 우산동 우산아파트 9동 105호) 부부등 14명이 불에 타 숨지고 서선옥씨(45·원주시 단계동 135의 8) 등 2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가운데 중화상을 입고 원주기독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영태씨(55·원주시 일산동 일산아파트 5동 211호)는 교리에 따라 3∼4시간동안 수혈을 거부하다 뒤늦게 수혈을 받았으나 이날 오후 7시20분쯤 숨졌다.
부상자들 가운데 14명은 원주기독병원·도립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이 나자 원주소방서소속 소방차 7대가 긴급 출동,30분만에 진화됐으나 예배실 바닥에 카핏이 깔려 있어 불이 순식간에 번지고 독한 연기에 휩싸여 인명피해가 컸다.
원씨는 불을 지른후 곧바로 우산파출소에 자수했으며 원주경찰서는 5일 원씨를 현주건조물방화 치사상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원주시는 시청에 사고수습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관계기관·교회측과 사고수습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사망자 명단 ▲정태용 ▲이병오(61·원주시 우산동 우산아파트 9동 105호) ▲김은주(19·원주시 평원동 250의 7) ▲김민수(14·동) ▲어성진(원주시 우산동 삼호아파트 1동 404호) ▲권순국(15·원주시 단계동 87의 2) ▲장동규(16·원주시 단계동 135의 8) ▲장미애(21·서울 중곡3동 60) ▲김광연(27·원주시 단계동 524) ▲여서인(5·동) ▲여혜인(3·동) ▲김진희(19·원주시 단계동 동보아파트 102동 203호) ▲김영옥(원주시 단계동 176의 3) ▲김형태
◇방화=원씨는 이날 낮 12시쯤 부인 신씨에게 교회에 나가지 말라고 했으나 신씨가 『가정보다 하느님이 우선이고 가정은 두번째이니 교회에 가야겠다』고 집을 나가자 홧김에 2홉들이 소주 1병반을 마신후 집에 있던 20ℓ짜리 석유통을 들고나가 집에서 1㎞ 떨어진 H주유소에서 휘발유 10ℓ를 사넣고 교회로 갔다.
원씨는 1층 출입문 유리창을 발로 차 깨드린뒤 2층 예배실 출입문을 열고 『내 아내를 내놓으라』고 2∼3차례 소리쳤다.
신도들이 여기 오지않았다며 별 관심없이 계속 예배를 보자 원씨는 이에 격분,출입문 2∼3m 안쪽에 휘발유를 쏟아붓고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부인 신씨는 예배실에 있던중 원씨가 들어서기직전 뒷문을 통해 달아나 신도 정영숙씨집에 숨어있다 5일 오전 8시40분 친정오빠와 함께 경찰에 출두했다.
◇방화현장=마룻바닥위에 카핏이 깔린 예배실은 『퍽』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고 90여명의 신도들 가운데 예배실 뒷쪽에 있던 신도들은 뒷문을 통해 동진운수 검사장옆 기와집 지붕으로 뛰어내렸고 연단쪽에 있던 신도들은 도로쪽 유리창을 깨고 6∼7m아래 도로로 뛰어내려 골절상을 입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상당수 신도들이 앞다퉈 출구를 찾느라 뒤엉키면서 옷에 불이 붙거나 연기에 질식돼 쓰러졌다.
◇원씨 주변=원씨는 방송통신고를 졸업,지난 77년 9월1일 대한지적공사 원주출장소에 지적기사 9급으로 입사해 91년 9월1일 삼척출장소로 전근했다 1년만인 지난해 9월2일 원주출장소로 다시 왔다.
원씨는 방송통신고에 재학할때 알게된 신씨와 82년 10월31일 결혼,국민학교 4,2학년인 두딸을 두고 화목한 가정을 꾸려왔으나 지난 3월부터 부인이 이 교회에 나가면서 가정불화가 잦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