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쓰기 행동거지 생각하기|놀이 곁들여 자연스레 유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생각하는 어린이, 느끼는 어린이, 표현하는 어린이」로 요약할 수 있는「행복한 어린이 만들기」가 오는 95년부터 실시될 제6차 유치원 교육 과정의 기본 목표.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이 교육과정 개편안은 지식보다 생활인 교육을 크게 강조한 것으로 벌써부터 많은 유치원들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상당부분은 95년 이전부터 유치원 교육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식사자세·전화통화·쓰레기처리 등 일상적인 생활 전체가 교육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어 학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가정에서 부모가 신경써야 할 점들을 알아본다.
「유아」의 기본 생활습관 형성과 전인적 발달을 돕는「교육」을 내세운 이 교육 과정 안에 대해 가장 오해하기 쉬운 부분은 언어교육 부분 중 특히 글자교육.
이원령 교수(중앙대)는『처음부터 즐거운 경험이 돼야 할 글자 익히기가 어린이에게 부담이나 싫증부터 느끼게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내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어린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유·장난감·크레파스·책·표지판 등 어린이에게 친숙한 물건에 적힌 글씨를 읽어 줘 모든 소리는 글자로 표현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하고 차츰 그것이 눈에 익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라는 것이다. 그밖에도 자신의 경험·생각·느낌을 차분하게 말하고 남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하도록 한다든가, 그림책을 보고이야기를 꾸며보도록 하며, 부모가 읽어준 동화·동시·동요 등에 대한 내용이나 자신의 느낌 등을 말해보게 하는 식으로 듣고 말하는 자세와 능력도 은연중에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사회 생활 교육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행동 조절. 우선 부모들 자신이 거친 말이나 행동을 삼가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유치원 교육 대상 연령이 현행 4세에서 3세로 낮아졌으나 이미 3세면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므로 이때부터 남과 더불어 즐겁게 살기 위해 어떤 행동은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쉽게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어린이」로 키우기 위한 탐구생활 교육을 위해 부모들은 파리나 바퀴벌레, 오염된물 등을 보면서 그 생김새, 하는 일, 문제점 등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또 숫자를 써가며 하는 셈 공부보다는 밥상에 수저를 놓는다거나 과자를 나눠주며 짝짓거나 합치고 나눠보는 등으로 한결 재미있게 수의 개념을 익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영재교육이나 천재교육을 내세운 시험지형식의 유아교육교재들이 성행하고 있으나 새로운 교육과정에는 시험지형식의 교재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도록 명시돼 있어 이 대중적 유아 교육 교재의 비교육성·비효율성을 재확인시키고있다.<김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