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차베스 언론 폐쇄' 강력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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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자 라이스(사진) 미국 국무장관은 4일 "표현과 결사, 그리고 양심의 자유는 정부에 가시 같은 것이 아니라 어느 사회에서나 정의의 시작"이라며 "정부에 대한 반대는 비(非)애국적인 것이 아니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물론 그 어떤 나라에서도 이를 범죄로 여겨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파나마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외무장관 회담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RCTV를 폐쇄한 것을 비난하면서 이같이 자신의 언론관을 밝혔다.

라이스는 "미국에선 CNN.ABC.CBS.NBC 등 방송이 매일 밤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언론 자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 국가의 시민들은 정부 정책이 권력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a free and independent press)의 비판을 거친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베네수엘라 국민들도 미국 국민들처럼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는 RCTV 사태 진상 조사를 위해 호세 미겔 인술사 OAS 사무총장을 현지로 파견하고 이번 회담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자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그는 파나마시티로 가는 도중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RCTV 폐쇄는 차베스의 반민주적 조치들 중 가장 무자비하고 심각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회담장에서 라이스의 공격을 받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라이스의 발언은 수용할 수 없는 내정간섭이자 위선"이라고 맞받아쳤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RCTV의 방송 허가 갱신을 거부한 것은 민주적이고 합법적이며 공정한 조치"라고 설명하면서 "(쿠바에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 등 미국의 비밀 수용소는 나치 독일 이후 보지 못했던 것으로 인권 유린을 반복적으로 자행하는 나라는 미국"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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